"피곤한 월요일 오후 2시 16분, 푸딩(pudding) 하자!"

CJ제일제당이 최근 디저트 제품 '쁘띠첼 스윗푸딩'에 사용하는 광고 문구다. 이 문구는 그냥 기획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뽑아낸 것이다. 빅데이터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CJ 마케팅실의 트렌드전략팀은 2~3주간 네이버 블로그·카페와 트위터 등에서 '힘들다, 쉬고 싶다, 찌뿌둥하다'와 같이 피곤함을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 6억5000만여 건을 수집해 자체 시스템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월요일 오후 2시 16분'이 사람들이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하게 느끼는 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CJ 관계자는 "2013년 말부터 추진해 온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165건에 달한다"며 "올해는 이를 통해 개발한 음식 10여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사진·영상 등의 정보를 분석해 마케팅 또는 경영 전략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온라인 공간에 남긴 발자취가 모여 돈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온라인 발자취 수집에 뛰어든 기업들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은 6개월간의 방문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아이스크림이 해질 무렵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운영 시간을 2시간 연장하자 아이스크림 판매액이 하루 평균 2000달러(약 225만원)가량 늘었다. 식음료와 기념품 판매도 덩달아 35%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자라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최신 패션 트렌드를 파악해 즉각 반영한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펴면서 급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한화생명은 내부 보험 계약 데이터와 보험개발원 등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의'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보험 사기의 유형과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사기일 가능성은 없는지 분석하는 기능이 있다. 이 시스템은 연간 50억원가량의 보험 사기를 막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화생명은 밝혔다. 이마트·롯데마트·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키워드 등을 수집해 상품 입점과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KT는 최근 한 달간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 올라온 글 60억건을 수집해 IPTV(인터넷TV)인 '올레TV' 서비스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정준학 팀장은 "올레TV와 VOD(주문형비디오)를 함께 적은 글들을 분석하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불만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VOD를 고를 때 시청자 평점을 함께 보여주거나 결제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준은 글로벌에 2~3년 뒤처져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가 기업의 IT(정보기술)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빅데이터 활용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3년 64%에서 작년 73%로 늘었다.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IT 기업 간 각축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IBM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데이터 생산자인 SNS 기업들도 가세했다. 13억명 넘는 회원을 확보한 세계 최대의 SNS 페이스북은 최근 이용자들이 SNS에 남긴 다양한 반응을 취합·분석하는 '토픽(topic) 데이터'라는 기업용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매일 발생하는 5억건 이상의 메시지 데이터를 가공해 유료로 기업에 제공한다.

국내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는 "최근 2년간 IT·자동차·유통·뷰티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120여 업체에 기술·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스마트 인사이트'라는 온라인 여론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기술은 글로벌 수준보다 평균 2~3년 뒤처진다.

서울대 조성준 교수(산업공학)는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 수준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며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업 발전을 위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Big Data)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 및 이를 분석하는 기술. IT(정보기술) 업계뿐 아니라 유통·자동차·통신 등 다양한 업종과 공공기관에서 빅데이터 기법을 이용해 전략·정책을 수립하거나 기업 경영·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