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 컨벤션 센터의 5번 전시장은 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앞쪽 좌석은 앉을 자리조차 없이 꽉 차는 바람에 뒤쪽 객석에 앉은 관람객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할 정도였다. 이날 열린 강연은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개최한 '버즈피드에서 배우는 교훈'이었다.

2006년 설립된 버즈피드는 뉴스 기사를 간략한 목록 위주로 보여주는 리스티클(Listicle) 형태의 콘텐츠를 처음 만든 업체다. 목록(list)과 기사(article)의 합성어인 리스티클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9곳'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목록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작년 12월 버즈피드의 월 방문자 수는 7680만명으로 뉴욕타임스(5720만명)보다 약 2000만명이 많았다.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전달하고 공유하려면 자체 홈페이지에 얽매이지 말고 페이스북·유튜브 등을 유통 채널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래픽보다 영향력을 키워라

이날 강연은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 최고경영자(CEO)가 맡았다. 페레티 CEO는 2005년 아리아나 허핑턴과 함께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버즈피드까지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이날 강연을 통해 버즈피드가 어떻게 급격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왔는지 설명했다.

페레티 CEO는 "우리는 절대 클릭 수와 페이지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일각에서 '버즈피드가 비슷비슷한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클릭 수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는 것을 반박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많이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사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티 CEO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비행기를 격추한 것, 우버가 기자들을 사찰하려 했다는 것, IS(이슬람국가)의 석유 시추·수출 소식 등은 버즈피드가 건진 특종"이라며 "우리는 세상을 뒤흔들 만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즈피드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버즈피드는 허핑턴 포스트처럼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해 '스폰서십 콘텐츠'를 게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GE와 함께 만든 콘텐츠, 애완동물 사료 기업인 네슬레의 '프리스키'와 함께 진행한 '디어 키튼' 이벤트다. 그는 "이런 사업 모델을 통해서 나머지 역량은 온전히 콘텐츠 제작·배포 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급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즈피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글로벌 시장이다. 지난 2월 말 '파검(파랑·검정)'이냐, '흰금(흰색·금색)'이냐를 둘러싸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드레스 색깔 논란과 관련해 버즈피드는 곧바로 "이 드레스가 어떤 색깔로 보이시나요?"라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는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스페인어 등 5개 언어로 번역돼 제공됐다. 페레티 CEO는 "비록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버즈피드의 많은 사용자는 남미·유럽 등 해외에서 온다"며 "이들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에 갇히지 말고 최대한 확산하라

매달 수천만 명이 버즈피드의 콘텐츠를 보지만 실제로 이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공유된 콘텐츠를 보거나 유튜브에 접속해 버즈피드의 동영상을 본다. 페레티 CEO는 "이 부분이 버즈피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토는 더욱더 많이 배포하라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가 계속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체 홈페이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SNS·유튜브 등 계속 성장하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페레티 CEO는 "버즈피드는 콘텐츠가 어디에서 유통되는지와는 상관없이 사용자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