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중국 항저우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종래 이베이, 옥션과 같은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 불과했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인터넷은행업 허가를 받고, 기존 상품을 조금 바꿔 미국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페이스북보다 더 큰 회사가 되었다.

알리바바는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후 최종 결제 버튼을 누를 때까지 구매대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선불결제시스템에 머니마켓펀드 상품을 적용하여 시중은행 이자율의 2배인 6%대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1년 만에 98조원의 수신고를 이끌어냈다. 중국의 바이두와 텐센트 역시 인터넷은행업 허가와 함께 지불결제서비스와 결합된 머니마켓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도 렌딩클럽(Lending Club), 조파(Zopa) 등 P2P 금융분야, 구글 애플 등 혁신기업들의 지불결제방식 특허 확보 등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불결제 또는 직불, 후불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금융업자들은 인터넷은행업을 겸업할 수 없어 은행, 카드업체 혹은 결제대행업체(PG)와 필연적으로 제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리바바처럼 결제자금을 이용해 수익성 상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업 규제로 인한 어려움 외에 금융업체가 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조차 제한돼 있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 핀테크 규제가 스타트업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서비스의 경제성을 낮추어 투자 유치와 시장공개를 어렵게 만드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핀테크 사업 활성화가 저해될 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앞서 경험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에 의해 드리워질 특허장벽이다. 미국 특허상표청 통계에 의하면 2013년 글로벌 핀테크 특허는 총 27만7835건이 등록되었고, 그 중 미국이 13만3593건으로 48%를 차지한다. 핀테크 특허란 영업방법(Business Method) 특허의 일종으로 '데이터 처리, 금융, 영업 관행, 관리 혹은 비용/가격 결정'과 관련한 특허를 말한다. 미국 핀테크 특허는 IBM이 2만3826건을 보유하고 있어 독보적이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531건, 제이피모건 체이스뱅크가 324건, 골드만삭스가 158건, 비자가 118건, 모건스탠리가 103건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과거 21년간 금융회사가 출원한 일반특허는 은행 전체가 2220건, 카드사 361건, 증권사 234건, 보험사 68건에 불과하다. 핀테크와 관련된 특허 중 모바일결제의 특허출원 건수와 비중은 IT 서비스 기업이 전체의 약 33%에 해당하는 1411건, 카드사는 1%인 63건, 은행은 4%인 189건에 불과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특허권만을 구매하고, 특허를 실시하거나 사업화 하기 보다는 특허소송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에 의한 특허침해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2006년 전체 특허소송의 19%에 불과하던 특허괴물에 의한 소송은 2010년 29%, 2011년 45%를 넘어서더니 급기야 2012년에는 전체 특허소송의 62%에 달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자인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고, 국내에서 현재의 규제 보호막에 안주 할지라도 특허괴물 등이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국내로 진입하여 특허소송을 제기하거나,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특허장벽에 의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 규제당국이 불확실한 규제를 명확하게 개선하여, 핀테크 기업들의 법적 지위 및 적용 법령을 명확히 함으로써 규제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핀테크 기업들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기업가치가 증대되면 금융회사나 투자회사의 대출과 투자가 늘어나고 핀테크 기업과 협업도 자연스레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양분의 수혈은 핀테크 기업들의 증대된 비즈니스 경험에 따른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핀테크 특허 출원 등 지식재산 생태계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특허괴물에 의한 공략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익한 특허 분쟁에 쓰일 비용은 연구개발비용으로 전환돼 기업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