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명철(35)씨는 요즘 외식을 하거나 각종 모임을 가질 땐 해조류(海藻類) 전문 음식점을 즐겨 찾는다. 전남 완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처음 접한 모자반·꼬시래기와 같은 독특한 해조류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병원이나 집 근처에 전문 음식점도 많이 생기고 마트에서도 구하기가 쉬워졌다"며 "몸에도 좋고 입맛에도 맞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모자반·꼬시래기·쇠미역·톳 등 '바다 채소'로 불리는 해조류가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1년 사이에 매출이 두 배까지 늘어난 품목이 속출한다. 해조류를 간판 품목으로 내세운 식당들도 성업(盛業)하고 있다. 한식(韓食) 뷔페에서도 해조류 코너가 늘어나고 있다.

바다 채소 매출 2배 이상 증가

대형 마트 이마트는 11일 "올 1~2월 전국 152개 매장의 해조류 매출을 파악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늘어난 2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성인병에 좋은 모자반(171%), '바다의 국수'라 불리는 꼬시래기(144%)는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역보다 울퉁불퉁한 쇠미역(33%), 샐러드에 넣는 톳(51%)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문지혜 바이어는 "다시마, 미역줄기 등 대중적인 해조류의 매출도 꾸준한 가운데 새로운 바다 채소가 전체 해조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소비자가 해조류(海藻類)를 고르고 있다. 해조류 가운데 대중적인 미역·다시마는 물론 최근 들어선 모자반·꼬시래기·쇠미역·톳 등 이른바 ‘바다 채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짠 음식'이라고 꺼렸던 해조류가 당일 배송과 포장 기술 발달 덕에 신선한 '바다 채소'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다. 해조류가 들어간 샐러드나 국수 등 새 요리가 잇달아 선을 보이고, 최악의 겨울 황사(黃砂)를 맞아 미세 먼지에 해조류가 좋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매출 증대에 한몫했다. 백진경 을지대 교수(식품영양학)는 "이들 '바다 채소'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고 혈당(血糖)을 조절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다"며 "특히 꼬시래기는 노화 방지, 변비 예방 효과가 커 여성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매장 확장 붐…메뉴도 다양화

'바다 채소' 바람에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조류 전문 유통업체인 ㈜영심 맹영심 사장은 "예전엔 완도에서 다시마를 주로 양식했지만 최근에는 꼬시래기·모자반 같은 새 해조류가 나오고 있다"며 "해조류 수요도 늘고 생산도 많아져 완도에 있는 냉동고를 올 들어 두 배로 넓혔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도 해당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일반 냉장 진열대에 있던 특이 해조류를 고객 동선(動線)에 맞춰 전용 특설 매장으로 옮기고 매장 면적도 1.5배로 넓혔다. 지난해 50개 정도이던 품목 수도 60여개로 늘었다. 롯데마트도 판매하는 해조류 품목을 올 들어 두 배로 확대했다.

외식 사업에서도 해조류 인기는 높다. 피자·파스타 같은 서양식 외식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해조류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년 20~25%씩 성장하고 있다. CJ푸드빌의 한식 체인점인 계절밥상에서는 작년 하반기 매생이와 꼬시래기 등 해조류 메뉴가 등장했으며 메뉴 숫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해조류 전문 외식업체 해우리의 김은희 팀장은 "예전에는 보관이 어려워 소금을 많이 넣어야 했지만 이제는 전남 장흥이나 제주에서도 당일 배송이 가능해 염분 사용을 확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