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태림(가명·30)씨는 2013년 K무브(move) 사업의 하나인 K무브스쿨(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으로 6개월간 취업 연수를 떠났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과 연계된 민간 취업연수기관에서 언어와 각종 직무교육, 현장실습을 받은 후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의 중간관리자로 일하게 되는 취업 연계 코스였다.
김씨의 6개월간의 연수에는 약 1300만원이 들어갔다. 순수 연수비용 700만원 중 550만원은 국비로 지원됐고, 자기부담금이 150만원 이었다. 여기에 기숙사비와 식비, 생활비, 연수기관 등록금, 비자 발급비 등으로 김씨 돈 약 600만원이 추가로 더 들어갔다.
그러나 6개월 후 김씨는 취업 꿈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수 후 취업할 수 있는 회사의 연봉이 2000만원도 안 될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다. 하는 일도 말이 중간관리자지 창고 정리와 같은 허드렛일이었다.
더 만족스런 업무를 하거나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중국어 실력이 문제였다. 김씨는 연수를 오기 전 속성으로 한 달간 중국어를 배운 것 외에는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연수기관에서는 6개월간 열심히 연수를 받으면 얼마든지 다른 일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취업을 안 하겠다고 하자 연수기관은 일단은 취업을 한 것으로 치고, A연수기관과 연계된 어학원에서 1년 정도 자비를 들여 어학연수를 하면 다시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고 말했다. 연수기관 입장에서는 김씨가 취업을 해야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00만원 정도 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김씨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연수생 중 실제 취업하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며 "연수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취업에 성공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결국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 해외연수사업, 연수업체 배만 불리고 취업은 절반에 그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사업인 K무브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사업이다. 크게 해외취업과 해외인턴, 해외창업, 해외연수로 구성돼 있다.

해외취업과 해외인턴은 해외에 있는 국내 진출 기업이나 현지 기업으로 취업이나 인턴을 나가도록 알선해 주는 일이고, 해외창업은 해외 벤처캐피탈사와 창업자를 연계시켜주거나 교육을 시켜주는 사업이다.

또 해외연수 사업은 민간 연수기관이 연수생을 모집해 국내나 해외에서 어학과 직무교육을 실시한 뒤 해외로 취업시키는 사업으로 K무브 사업 중 예산비중이 가장 크다. 산업인력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K무브 사업 330억5400만원 중 절반이 넘는 185억원이 해외연수 사업인 K무브 스쿨 예산이다.

문제는 이 K무브 스쿨 사업이 일부 업체들의 눈먼 돈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K무브 스쿨은 6개월 이하의 단기 사업과 1년 이하의 장기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 연수비용은 정부가 장기사업의 경우 1인당 최대 800만원, 단기사업은 580만원까지 지원하고 전체 연수비의 10~30%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돈을 받은 연수기관들 중 일부는 돈만 많이 받고 교육이나 연계된 일자리는 시원찮은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름만 해외연수지 연수기간 중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고, 한 사람이 취업교육과 언어교육 등을 다 맡는 등 강사 수준도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119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1690명이 해외연수를 갔지만 절반인 861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나마도 형편이 어려운 구직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항공료나 체재비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해서다. 김씨처럼 전 일정을 해외에서 연수로 갈 경우 월 평균 100만원 정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 해외 취업률에만 신경…일자리 질 높여야

이런 문제를 정부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연수 기관 지원금을 70%만 지원하고, 취업 후 30%를 추가로 지원하는 식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연수 업체들이 신청할 때 바로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취업 기관과 연계돼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취업률이 50%대 수준이지만 지난 정부의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 중 취업 연수프로그램의 취업률이 30%대에 불과했던 것만 비교하면 나아졌다. 지난 정부에서는 연수를 많이 보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취업률에 신경을 쓰면서 내실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률만 신경 쓰다 보니 일자리 질이 너무 낮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대만 헤어 디자이너 과정'은 월급이 150만원이지만 기숙사비를 제외하면 월 100만원 수준이었다. 2013년에는 '피지 사무행정ㆍ레저스포츠 강사 양성 과정'과 연계된 일자리의 한 달 임금은 20만원에 불과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8월까지 해외취업자들의 평균 연봉은 1988만원으로 2000만원도 안 됐다.

2013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의 73.4%가 해외 일자리에 관심이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 취업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K무브 사업을 통해 나가는 국가들을 보면 지난해 1679명의 해외 취업자 중 미국과 호주, 캐나다로 나간 경우는 371명 뿐이었고,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권이 많았다.

김용남 의원은 "열악한 해외 일자리로 청년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K무브 사업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