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6

‘엑시노스’를 앞세운 삼성전자(005930)의 탈(脫) 퀄컴 계획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에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AP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가의 전략 제품에 퀄컴의 AP '스냅드래곤'을 써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각)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확장에는 장애물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첫번째 장애물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물량 부담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웨인 램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기 AP인 A9 생산을 약속한 상태"라며 "A9은 엑시노스와 같은 14나노 공정을 사용하기 삼성전자에서 엑시노스를 충분히 생산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램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초기 AP물량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만, 엑시노스 생산량이 (애플 주문 등에 밀려)떨어지면 다시 퀄컴 칩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도 이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전문가는 "14나노 공정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크다"며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율 향상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은 올해 비(非)메모리 반도체 총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두 번째 장애물은 모바일 기기의 핵심 기능인 모뎀 기술 문제다. 삼성전자는 AP에서 퀄컴을 능가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뎀에서는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모뎀 기술의 경우 이전까지 국내를 제외한 해외 주파수 대역을 맞출 만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퀄컴 칩을 사용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퀄컴은 AP와 모뎀을 묶은 통합칩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프리미엄 제품군에만 쓸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안정적인 물량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저가 스마트폰에는 대만 미디어텍이나 퀄컴의 제품을 쓴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생산량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실적발표에서 “갤럭시S6에 쓰일 AP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태희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퀄컴의 관계가 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변화할 것이라는 데 더 주목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에는 엑시노스가 있기 때문에 퀄컴과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고 칩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