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상반기중 선보일 간편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에 중국 알리페이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알리페이 모델은 이용자들에게 온라인 간편결제·이체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이들이 충전해 놓은 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페이와 관련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과 업무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고객 계좌에 가상계좌를 만들어 돈을 이체·송금하는 개념이지만 네이버는 은행에서 인출된 고객의 돈을 네이버 계좌를 통해 직접 책임지고 관리까지 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자금흐름 측면에서 이는 알리페이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페이가 직접 고객 자금을 관리하고 책임을 지게 되면, (기존 송금 방식과 달리) 자금이 고객 은행의 손을 떠나기 때문에 향후 불법 자금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네이버가 사후 관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말부터 주요 시중은행들과 네이버페이 업무 제휴를 위해 협의를 시작했고, 최근 각 은행들에게 업무 제휴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 은행들 “네이버페이, 충전금액 운용까지 할 계획”…네이버 “사실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가입자가 충전해 놓은 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보다 편하게 이체와 결제를 하도록 돕겠다는 게 네이버페이 사업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페이 제휴 실무 협의를 진행한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는 은행들과 협의 과정에서 '고객이 네이버페이에 맡긴 자금(충전 자금)은 네이버가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인터넷쇼핑업체들은 고객이 결제한 구입 상품 대금이 판매자에게 지급되기 전까지 그 자금을 운용해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자금 운용은 금융감독원에 선불지급수단발행업자로 등록돼 있으면 법적으로 가능하다.

네이버는 2009년 선불지급수단발행업자로 등록했다. 또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로 등록돼 있어 은행 및 카드사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이미 결제사업이 가능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페이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충전된 금액에 사실상의 이자를 지급하는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경우 쇼핑 때 결제금액을 할인해주는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에서 전자지급수단의 충전한도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도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론적으로는 네이버페이가 은행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알리페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은행들 경계 기색 역력…네이버 경쟁력 높아 우려

은행들은 네이버페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네이버가 자금력이 있는데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절대 강자인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의 제안이지만 (네이버의 인터넷시장 경쟁력이 크다보니) 아직 더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네이버와 업무 제휴를 맺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고객 자금의 결제 지급 방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네이버가 가상 계좌가 아닌 자신들의 예금거래 계좌를 활용한다면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다 발생할 수 있는 손실분을 전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송금 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출시하면서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현재 라인페이는 소비자들이 자금을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라인페이의 예금계좌로 옮겨 돈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