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땠어요." "그럭저럭. 전화는?" "어머니가 메시지를 남기셨어요. 들어볼래요?" "좀 있다가. 이 옷 어때? 사진 찍어서 보여줘."

퇴근한 남편이 아내와 나누는 대화가 아니다. 미국의 가정용 로봇 '지보(Jibo)'가 주인과 주고받는 대화다.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이 영상이 공개된 후 지금까지 89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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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로봇들이 속속 일상생활로 들어오고 있다. 공장에서 묵묵히 부품을 조립하거나 방바닥 청소나 하던 과거의 로봇과 달리, 신세대 로봇들은 사람과 수다를 떨며 감정을 나눈다. 노인의 24시간 주치의이자 말벗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인간과 로봇의 동거(同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대화가 주 무기인 신세대 로봇

MIT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지보'는 영화 '월E'에 나온 로봇 '이브'를 닮았다. 미끈한 플라스틱 재질 몸통에 이모티콘으로 표정을 나타낸다. 브리질 교수는 "사람과 교감하는 게 지보의 핵심 능력"이라고 말했다. 지보는 내년 60만~70만원 수준에 시판될 예정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Pepper)'도 지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말을 나누는 기능이 주 무기다. 가족사진을 촬영하거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도 있다. 지난달 27일 180만원대에 판매가 시작되자 단 1분 만에 개발자용 모델 300대가 매진됐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도 있다. 미국 윌로개라지사(社)의 두 팔형 로봇 'PR2'는 청소와 빨래, 요리 등 다양한 집안일을 마스터했다. 올 초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발표한 '케어-오-봇(Care-O-bot)4'는 얼굴 스크린에 각종 정보를 보여주며 두 손으로 물건을 가져다줄 수 있다.

로봇끼리 정보 공유해

일본 복지시설에서 노인들이 심리 치료용 애완 로봇‘파로’(위 사진)를 보고 있다. ‘백스터’(아래 사진)는 사람과 공동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로봇이다.

신세대 로봇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을 그대로 빼닮은 복잡한 로봇을 만드는 대신 대화, 심부름 같은 특정 기능을 강화한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아이로봇사(社)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대화하는 화상회의용 로봇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팔다리가 없어도, 사람 얼굴과 다르게 생겼어도 로봇과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동료나 가족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집단의 힘으로 로봇의 지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도 현실화됐다. 윌로개라지사는 로봇 'PR2'를 주요 대학의 로봇 연구실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학습 기능을 지닌 이 로봇은 한 대학에서는 수건 개기를 배우고 다른 대학에서는 요리를 배웠다. 로봇들은 인터넷에 연결돼 각자가 배운 기술을 공유했다. 수건 개기만 배운 로봇이 요리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요리를 배우는 로봇도 나왔다.

MIT 스토니 브룩스 교수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 '백스터(Baxter)'는 사람을 보고 배운다. 사람의 경험과 로봇의 정밀함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업을 배울 때 로봇 혼자 반복하는 것보다 사람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하는 쪽이 훨씬 효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 GE·골드만삭스 등이 1억달러를 투자했다.

국제전기전자협회(IEEE)는 "로봇의 눈과 귀가 되는 센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로봇 대중화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5년 전 나온 'PR2'는 가격이 40만달러였지만 후속판인 'UBR1'은 그 10분의 1로 낮아졌다. 아이로봇사의 최고경영자(CEO) 콜린 앵글은 "로봇 부품을 집에서 3D프린터로 찍어내서 직접 갈아 끼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국제로봇연맹(IFR) 조사에서 2013년 전 세계 개인용 서비스 로봇 판매 규모는 400만대 17억달러였다. IFR은 2014~2017년 3140만대 110억달러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