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중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요구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춰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경영참여를 확대한 것이다. 두 회사는 또 최고경영책임자(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연 1회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연차보고서는 지난해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대한 후속 조치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 리스크관리委 사외이사 과반수로 확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사외이사의 경영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현행 절반 이하인 리스크관리위원회(삼성화재의 경우 위험관리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생명(032830)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창수 대표이사(CEO) 사장을 위원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신형 부사장과 박봉흠 김정환 사외이사가 리스크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중에서도 중요도가 높다. 위험회피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 특성상 상품개발, 자산운용 등 주요 전략이 모두 리스크관리의 영역에 포함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회사의 상품개발은 물론 자산운용, 기업인수·합병에까지 제동을 걸 수 있는 ‘브레이크 역할’"이라며 "여러 위원회 중에서도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위험관리위원회는 안민수(CEO) 대표이사 사장을 위원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전용배 부사장과 신동엽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달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1명을 리스크관리위원으로 추가해 사외이사 3명, 사내이자 2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이사회에서 유사한 방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 CEO 승계 프로그램 신설 이사회에 年1회 보고 사외이사 月 650만원 지급

논란이 됐던 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해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매년 한번 이사회에 승계프로그램 운영 내용을 보고하기로 했다. 지난해말 금융위가 요구한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2금융권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했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2금융권 금융사들이 주로 대기업 계열 자회사이다 보니 CEO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신한카드 등 대부분의 대형 2금융사들은 대기업이나 금융지주나 계열 자회사다.

연차보고서에는 사외이사의 월급여와 각종 혜택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사외이사의 지난해 월 급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650만원이었다. 건강검진 비용도 지원하고 있는데 삼성화재는 사외이사와 배우자에 건강검진 비용으로 각각 연간 350만원, 150만원 씩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사외이사에게는 ▲해외 사업장 견학 ▲SERI CEO 서비스 ▲논문·서적 집필시 자료 및 자문 지원 등 8가지의 혜택이 주어졌다. 기존에 공개됐던 사업보고서나 반기보고서에서는 사외이사의 총 급여와 1인당 평균액만 명시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