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사회학과 3학년 김모(23)씨는 대학가에서 말하는 '혼밥족(族)'이다. 군 제대 후 복학했더니 어울려 다닐 친구가 없어 끼니 때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된 것이다. 김씨는 "처음엔 혼자 먹는 걸 보이기 싫어서 도서관 옥상이나 편의점,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삼각김밥이나 빵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이젠 그냥 구내식당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먹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혼밥족들의 식습관이 건강에 매우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이영미 교수팀이 서울·경인 지역 남녀 대학생 89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 밥을 먹는 대학생의 70.4%는 15분 안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분 이내에 식사를 끝낸다"는 응답도 응답자의 8.7%나 됐다. 의학적으론 한 끼 식사에 최소 15~20분은 들여야 소화나 영양 면에서 문제가 없지만, 대학가 혼밥족 10명 중 7명은 건강을 해칠 정도로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대학생이라도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응답자들의 식사시간은 '15~30분 이내'(48.4%), '30분~1시간'(19.2%)으로 혼밥족에 비해 훨씬 길었다.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도 15분 안에 식사를 해결한다는 응답자는 14.3%에 불과했다.

대학생들은 혼자 밥을 먹게 되면 '식사를 대충하게 되고'(36.1%)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으며'(19.1%) '빨리 먹게 된다'(13.3%)고 답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홀로 공부하며 하루 두 끼를 혼자 먹는다는 경영학과 출신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혼밥족 생활이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알지만 밥을 먹을 누군가를 찾느라 스트레스받느니 그냥 혼자 먹겠다"고 했다.

연구팀을 이끈 이영미 교수는 "혼자 밥을 먹을 경우 식사 시간도 줄어들고 자연스레 편식을 하게 돼 영양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유럽의 성인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나 홀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여럿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영양 불균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가족에서 자라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사회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혼밥족이 늘고 있다"며 "특히 숨어서 밥을 혼자 먹을 정도라면 심리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