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원자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급 소형 원자로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국내 원전 사상 처음으로 한국형 원자로(APR1400)를, 2010년 요르단에 연구용원자로, 2014년 네덜란드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한데 이어 새롭게 주목받는 소형 상용 원자로를 수출하게 됨으로써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에르가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소형 원자로 기술협력을 포함해 양국간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살만 국왕은 정상회담 직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장 간에 서명된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체결식에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 나라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SMART 원자로를 사용화하기 위해 6개월간 공동으로 건설전 상세 설계 작업을 실시하고 최소 2기 이상의 SMART 원전을 현지에 건설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또 국내 원전 건설과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현지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원전 건설 부문의 수주액은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으로, 중형 승용차 10만대에 이른다. 또 이와 별도로 사우디와 건설전 상세 설계를 공동으로 하는 대가로 1억3000만달러(1427억원)를 받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47조원(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APR1400)을, 2010년 요르단에 2000억원 규모의 교육용원자로(JRTR), 2013년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기로 한 이후 네 번째다. 1000㎿급 이상인 대형원전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순수 국산 소형원전을 수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SMART는 아직 국내에서 건설된 적이 없는 원자로인 점을 감안하면 설계 수준 단계에서 첫 수출로 기록된다.

한국은 1978년 미국 기술을 도입해 고리 원전 1호기를 처음 가동한 지 30여년 만에 한국형 원전(APR1400)과 2개의 연구용원자로를 수출한데 이어, 이번에 독자 개발한 소형원전까지 수출하면서 원전 주요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SMART 원자로는 세계 최초의 중소형 원자로 수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전력(KEPCO) 컨소시엄은 1997년부터 15년간 이 프로젝트에 총 3447억원을 투자했다. 연인원 1700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달라붙어 개발에 SMART 원전 개발에 매달렸다.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SMART 원자로의 최대 전기출력은 100㎿로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하면 원자로 1기로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9만㎾)와 물(하루 4만t)을 동시에 공급받을 수 있는 규모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중소형원전을 개발한 원전 선진국들을 5년 이상 앞지른 기술로 평가된다.

한국은 SMART원자로 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달 포스코건설, 포뉴텍, 대우건설, 일진파워, 일진전기, 성일에스아이엠 등 순수 국내 토종기업 6개사가 참여한 스마트파워사를 출범시켰다. 스마트파워는 100㎿급 한국형 소형 원자로인 SMART 2기를 설계·건설하게 된다.

사우디는 SMART를 우선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에 설치하기로 하고 추후 원자로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곳곳에 건설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 들어설 SMART 원자로가 설치되면 수출 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대에 따르면 SMART 1기를 수출했을 때 국내 생산 파급효과는 1조1395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433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는 또 향후 SMART 원자로의 해외 수출을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지분을 나눠가질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에 SMART 원자로 수출을 성공함으로서 지리적·재정적으로 중소형원자로가 적합한 중동지역 국가들에 대한 수출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소형원자로 도입을 검토하는 인도네이시아와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나라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한층 높아져 2030년까지 182기로 예상되는 중소형 원자로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