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는 B2B 기업들이 주로 모여있는 전시장 뒷 편 제7관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의 제7관. 주로 기업간거래(B2B) 기업이 전시장을 설치한 이곳에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가 녹색 기업 로고가 새겨진 간판을 매달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3관에 주로 입주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렵던 것과 달리 바로 HTC가 전날 발표한 주력 스마트폰 ‘원(One) M9’을 만져볼 수 있었다. 전시된 40대 가량의 스마트폰 가운데 10대 정도는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만 HTC와 일본 소니는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IT업계는 이번 MWC에서 한때 특유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의 일각을 차지했던 HTC와 만만치 않은 카메라·음향 기술 ‘내공’을 소유한 소니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기울여왔다. 두 업체 모두 침체 상태이지만 언제라도 다시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가상현실 기기 꽁꽁 숨긴 HTC

HTC가 이번에 공개한 주력 스마트폰 '원 M9'과 팔찌형 웨어러블 기기 '그립'

HTC의 경우 별 반향을 불러일으킨 데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HTC는 지난 1일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 직전에 올해 자사 주력 스마트폰 원M9과 함께 팔찌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그립’과 헬멧형 가상현실 기기 ‘바이브(Vive)’를 공개했다. 그립은 출시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 판매가격(199달러)를 공개하면서 조만간 출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바이브는 올 5월까지 개발자용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각각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언더아머와 인터넷 게임 판매 서비스 업체 밸브와 제휴했다.

하지만 전시관 내에서 사용자들이 두 제품을 써볼 수는 없었다. 웨어러블 기기 그립은 스마트폰 바로 옆에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담긴 채로 눈요깃거리 역할만 했다. 전시관 내에서 가상현실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 직원으로부터 “HTC로부터 초청받은 업체 관계자만 내부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써볼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스마트폰 원M9을 구동해보았다. 이 제품은 5인치 풀HD(1920×1080) 화면을 탑재했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퀄컴제 ‘스냅드래곤 810’을 썼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사진을 재생했을 때 해상도나 색 재현 부분에서 1년 전 정도에 출시된 스마트폰 정도 수준이었다. 카메라를 구동해 사진을 찍어보았다. 관람객 뒤의 빛 때문에 영상이 흐리게 나왔다. HTC는 이 제품이 2000만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해 카메라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렌즈나 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금속 재질의 둥그런 뒷면 디자인도 HTC제 스마트폰 특유의 외관 형태로 평범했다. 미국 IT전문 매체 더버지가 이 제품에 대해 “아름답지만 실망스러운 제품”이라며 “처음 기기를 봤을 때 전작인 M8인줄 알았다”고 평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태블릿PC 만 내놓은 소니

소니는 이번 MWC에서 스마트폰 대신 태블릿PC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을 공개했다.

소니는 이번 MWC에 신제품으로 태블릿PC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을 공개했다. 이 제품의 두께는 6.1㎜로 10.1인치 화면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얇다. 무게도 393g에 불과하다. 만져보았을 때 다소 거친 촉감이 느껴지는 뒷면 재질과 얇고 가벼운 판 형태의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석판 같은 느낌을 주었다.

2K(2560 x 1440) 해상도의 LCD(액정표시장치) 화면도 선명하게 사진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했다. 뒷면에는 800만 화소, 앞면에는 510만 화소의 카메라를 썼다.

소니는 이와 함께 중급 스마트폰 ‘엑스페리아M4 아쿠아’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엑스페리아Z3과 유사한 형태의 외관에 전반적으로 현재 고급형 스마트폰보다 1단계 정도 낮은 성능을 갖고 있다.

이밖에 소니는 ‘스마트워치3’, ‘스마트밴드’, ‘스마트밴드 톡’ 등 지난해 말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 3종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워치3만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소니는 주력 고급형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4(가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니는 전통적으로 자사 주력 스마트폰을 그해 MWC에서 공개한 뒤 3월말 출시해왔다. 이번 MWC에서 소니에 대해 별다른 ‘입소문’이 나지 않은 이유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2일 “소니의 핵심사업은 모바일”이라며 “일상 생활에 밀착한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 제품들에 계속해서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