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 4개가 들어가고 7명이 탈 수 있는 준중형 왜건, 1.6L 엔진을 단 소형 SUV, L당 29.4km를 가는 소형차…”

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개막하는 제네바모터쇼의 올해 키워드는 ‘실용’이다. 주요 업체들이 소형 SUV나 왜건 같이 실용성을 강조한 차들을 대거 선보인다. 지난 몇 년간 주요 모터쇼의 큰 주제였던 고연비·친환경차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적재 공간이 넓은 차들이 많이 출품된 것이 새로운 특징이다.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 시장에서 열리는 모터쇼인데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얇아진 주머니 사정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저유가를 반영해 고성능 수퍼카도 다수 나온다.

올해로 85회째를 맞는 제네바 모터쇼는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로, 매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열려 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해는 220개 업체가 900여종의 차량을 전시한다.

친환경·고연비 대신 실용·소형차 대거 등장…얇아진 주머니 사정 반영

작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L당 66.7km를 가는 하이브리드차, 수소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고연비 차들이 주를 이뤘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친환경·고연비 전쟁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대신 힘좋고 공간이 넓은 소형 SUV나 왜건 차량이 그 자리를 꿰찼다. 유가가 5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한데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유럽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폴크스바겐 GTD 바리안트

독일 브랜드는 공간이 넓은 왜건이나 해치백 모델을 많이 선보인다.

폴크스바겐은 대표 준중형차 골프의 트렁크 부분을 확대한 왜건 모델 골프 GTD 바리안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골프 특유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살리면서 적재 공간을 대폭 확대해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2L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 184마력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7.9초가 걸린다.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L당 22.7km다.

이 모델은 기존의 골프 GTD에 비해 길이는 약 30cm, 트렁크 폭은 2.8cm 길어졌다. 트렁크 적재 공간이 605L로, 기아차의 중형 SUV인 올 뉴 쏘렌토 정도로 넓다. 골프백 4개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폴크스바겐은 이밖에도 다목적 차량인 더 샤란 신형 모델, 투란 신형 모델도 내놓는다.

BMW 뉴 2시리즈 그란투어러

BMW는 뉴 2시리즈 그란 투어러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116마력에서 192마력을 내는 5종류의 엔진이 장착됐다. 대표 모델 218i는 1.5L 3기통 터보엔진이 장착돼 136마력의 힘을 낸다. 220i는 2L 4기통 터보엔진으로 192마력을 낸다. 소형차 정도 크기지만 3열 시트를 장착해 최대 7명까지 탈 수 있다.

BMW는 소형차 뉴 1시리즈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해치백 모델이다. 116d 모델은 1.6L 디젤 엔진에 유럽 기준 L당 29.4km(100km 주행시 3.4L 소비)의 연비를 자랑한다. BMW에서 나오는 차량 중 가장 연료 효율이 우수하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공간을 넓힌 뉴 MINI 컨트리맨 파크레인을 선보인다.

르노 올 뉴 카자르

프랑스업체 르노는 소형 SUV 올 뉴 카자르를 선보인다. 국내 판매 중인 소형 SUV QM3를 앞뒤로 길게 늘린 모델이다. 닛산 캐시카이의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캐시카이보다 크기가 크다. 1.6L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130마력을 낸다.

닛산 스웨이 모습

일본 업체들도 소형차와 소형 SUV를 잇달아 선보인다. 혼다는 베스트셀링 SUV 모델인 CR-V 보다 작은 엔트리급 소형 SUV ‘HR-V’를 선보일 예정이다. 혼다의 소형차 재즈를 기반으로 만든 차로 1.5L 가솔린 및 1.6L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HR-V는 혼다코리아가 국내에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차종 중 하나다.

인피니티 QX30

닛산은 소형 SUV인 스웨이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닛산의 소형 SUV 쥬크와 캐시카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차다. 닛산은 “향후 닛산의 소형차가 어떤 모습일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차”라고 설명했다. 인피니티 역시 소형 SUV QX30 콘셉트카를 출품한다. 도요타는 유럽 전략형 준중형 해치백 ‘뉴아우리스’를 전시한다.

국내 업체도 소형 SUV로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을 내놨다. 2009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이다. 당초 2L 엔진을 1.6L로 다운사이징했다. 기존 모델보다 길이는 6cm, 폭은 3cm씩 늘렸다. 실내 공간도 기존 모델보다 3cm 넓어졌다.

현대차 신형 투싼

신형 투싼은 앞모습은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DM을, 뒷모습은 기아차 소형 SUV 스포티지를 닮았다. 현대차는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투싼은 작년 유럽에서 9만4166대가 팔려 현대차 전체 모델 중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소형차 i20의 파생모델인 i20 쿠페도 전시한다.

기아차는 콘셉트카인 ‘스포츠스페이스’를 내놓는다. 장거리 운행에 적합한 왜건 차량이다. 앞모습은 K5를 닮았고 낮은 차체와 적재함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 스포츠스페이스 콘셉트카

쌍용차는 국내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킨 소형 SUV 티볼리를 국제무대에 데뷔시킨다. 또 코란도C와 코란도스포츠, 렉스턴W, 코란도 투리스모 등 차량 7대를 전시한다.

유럽·중동 거부(巨富)들의 놀이터…페라리·맥라렌·포르셰 등 고성능차 봇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는 다수의 수퍼카를 전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유럽 부호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 부호들도 제네바로 몰린다. 스위스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세계 4대 모터쇼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 역시 수퍼카들 덕분이다. 올해는 5년래 최저 수준인 유가 상황까지 더해 다수의 수퍼카가 등장한다.

페라리 488 GTB

이탈리아 명차 페라리는 최고 시속 335km의 ‘488 GTB’를 선보인다. 3.9L 8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3초가 걸린다. 최고속도는 335km다.

영국을 대표하는 수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P1 GTR’을 선보인다. 3.8L 8기통 엔진을 장착해 최고 1000마력의 힘을 낸다. 기존에 P1 모델을 보유한 고객 375명 중 35명만 소유할 수 있다. 가격은 약 34억원(198만파운드)이다.

맥라렌 P1 GTR

독일 포르셰는 ‘카이맨 GT4’를 공개한다. 최고출력 385마력의 배기량 3.8리터 엔진이 장착돼 최고 속도 시속 295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4초가 걸린다.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 SV를 이번 행사에 전시할 계획이다.

애스턴마틴은 ‘밴티지 GT3’

애스턴마틴은 ‘밴티지 GT3’을 선보인다. 12기통 6L 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600마력을 낸다. 차체를 156kg으로 경량화 한 점이 특징. 전 세계 시장에 100대 한정 판매될 예쩡이다. 애스턴마틴은 고성능 럭셔리 세단 벌칸도 선보인다.

벤틀리 EXP 10 스피드 6 콘셉트카

벤틀리는 ‘EXP10 스피드6’ 스포츠카를 공개한다. 콘셉트카로 2인승이다.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장착했고 최고 시속 322km를 낸다. 벤틀리는 향후 5번째 생산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 R8

이밖에 아우디는 수퍼카인 R8의 2세대 모델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