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제주항공이 국제선 업력이 짧아서 뭘 모르는 겁니다. 기내에서 소주를 1인당 1팩씩 팔면 단체 관광객들이 술 파티를 열 수도 있습니다.”(대한항공 관계자)

애경그룹 계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이 항공업계에서 최초로 기내 소주를 판매한다고 하자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항공사는 물론 진에어, 에어부산 등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제주항공이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일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국제선에 한해 220mL 용량의 파우치형 소주 ‘처음처럼 순한 쿨’을 기내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만 19세 이상 승객에게 1인당 1개씩만 판매할 계획이며, 가격은 5000원이다.

처음처럼 순한 쿨은 지난해 6월 롯데주류가 소주를 슬러시 음료처럼 포장하고, 도수를 기존 19도에서 16.8도로 낮춰 내놓은 신상품이다. 출고가는 1096.7원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소주를 원하는 승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항공업계 최초로 소주 판매를 시작했다”며 “파우치형 소주이기 때문에 빨아 마시면 되지만, 승객이 원할 경우 일반 종이컵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주 판매를 도입한 제주항공에 대해 타 항공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주가 타 주류보다 도수가 높고, 여러 사람이 1개씩 사서 나눠 마시면 누가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제주항공은 맥주도 판매 중이어서 승객들이 기내에서 ‘소맥 폭탄주’를 만들어 먹을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술을 즐기는 승객이라도 위스키는 도수가 높지만, 물에 희석해 1~2잔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고, 와인과 맥주는 배가 불러 많이 마시지 못한다”며 “220mL면 소주 반 병이 넘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마시면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이 취객을 상대하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항공사인 진에어 관계자도 “탑승객이 술을 마시고 기내 난동을 부리거나, 승무원을 성추행하는 등의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상황에서 도수가 높은 소주를 판매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이런 우려에 제주항공은 기우라는 반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의 경우 위스키나 보드카, 와인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제주항공이 소주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유독 의외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내부 규정에 따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소주 판매 서비스를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