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2000년대부터 낙후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 설립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를 뽑을 수 없었다. 사우디의 대표 의대인 킹사우드의대는 의사 4000여명을 배출했으나 중동 전역에 흩어져 있다. UAE에는 아예 의대가 없다. 두 나라의 병원 운영은 주로 미국의 존스홉킨스대병원, 메이요클리닉, 하버드대병원 등 의료수준이 뛰어난 해외 유명 병원에 맡겼다.

이들 국가들은 2009년부터 한국과 의료 협력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서 국내 병원에 위탁 운영을 제안했다. 2011년 우리들병원이 UAE에 진출을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보바스 기념병원, 서울대병원이 차례로 진출했다.

우리들병원은 4년째 무바달라의 척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 예약은 2달 밀려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전국 10여개의 척추전문병원을 두고 있는 우리들병원은 2011년부터 운영자금 30조원이 넘는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의 척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UAE의 두바이에 개원해 벌써 4년째 척추 진료를 하고 있다.

병원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우리들병원 의료진 3명은 ‘맨땅에 헤딩한다’는 심정으로 까다로운 환자부터 치료했다. 독일과 태국 등에서 척추수술을 받고 돌아와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환자의 치료를 맡은 것이다.

치료에 만족한 현지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타면서 환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우리들병원에서 수술받은 UAE 환자도 일년에 100명이 넘는다. 무바달라는 중동 지역에 우리들병원을 더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보건청은 보바스 기념병원에 재활센터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다. 한국 재활치료의 우수성이 현지에 소문나면서 한국인 물리치료사에만 치료를 받을 정도다.

경기도 성남의 재활전문병원인 보바스 기념병원은 2012년부터 UAE 두바이보건청이 운영하는 재활센터(DRC)의 위탁운영을 맡았다. 보바스 기념병원은 주로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환자의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해왔다.

한국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15명이 현재 두바이에 나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병원측은 물리치료사 인력이 모자라 현지인을 채용했으나, 한국 물리치료사에만 예약이 밀려있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700억원 규모의 의료정보 시스템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병원과 SK텔레콤(017670), 이지케어텍은 공동으로 종이 차트가 없는 병원을 짓고 있다. 이 병원은 5년 간 최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UAE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이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UAE 대통령이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한 248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이다. 이 병원은 두바이에서 30㎞ 떨어진 라스알카이마 지역에 설립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18일 UAE 왕립병원 개원 기념식을 가졌다. UAE 전역을 포함해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전역의 환자를 받는 전문병원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국내 의료진은 서울대병원에서 파견된 한국 의사 35명을 포함해 170여명이다. 외국인 의료진 280명을 합쳐 450 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1000여명으로 늘린다. 서울대병원은 수익과 관계없이 5년간 1조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성명훈 UAE 왕립병원장은 “암과 심장, 뇌혈관 질환 등 고난이도 수술 전문병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UAE 전역과 인근의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이란, 쿠웨이트 등에서 치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병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보건의료사업 지주회사인 VPS헬스케어그룹과 UAE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병원은 운영비 300억원을 지원받게 되며, 매출의 10%를 운영 수수료로 받는다.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해외로 나가는 인력 모두 새로운 영역을 여는 개척자”라며 “올해 문을 여는 건강검진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