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 공모 후보 접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이 올린 전시 '사물학Ⅱ: 제작자들의 도시'(6월 28일까지 과천관)는 선장 잃은 배의 도전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개구리제작소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순수예술보다는 생산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에 주로 쓰이는 '제작'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인 것에서 볼 수 있듯 디자인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손주영 큐레이터에 따르면 여기서 제작은 놀이, 노동, 사회운동의 세 관점으로 나뉜다. 염승일, 인사이트씨잉 등 문래동이나 성수동 같은 공장 지대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이 그 지역 기술자와 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인공위성 제작자인 송호준이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해 접착제 등 재료를 사 모은 과정을 전시하는 식이다. 청개구리제작소는 줄자를 당기면 소리가 나는 음향 장치 등 언뜻 보면 어설프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만들기'와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을 보여준다.

디자인을 라이프 스타일로, 일상의 문화로 받아들이며 소소한 놀이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 세대 관객에게는 분명 흥미롭게 다가갈 지점이 있는 실험적 전시다. 그러나 이 전시를 보러 일부러 과천까지 가려는 젊은 관객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전시의 타깃 오디언스(target audience·주 대상 관객)와 자가 차량이 없는 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과천관의 접근성이 엇박자를 낸다. 2013년 말 서울관이 생기면서 서울관은 순수예술을, 과천관은 디자인·건축을 주로 다룬다는 전략에 따른 결과다. 새 관장이 부임하면 서울관과 과천관의 역할부터 재조정해야 할 것 같다.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