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시장팀장

‘밸류에이션·모멘텀·PER·PBR·골든크로스·윈도 드레싱······.’

2007년 12월 초 증권부로 첫 발령을 받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 취재를 하는데, 대화의 절반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 ‘도대체 이건 무슨 외계어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경제지 증권부 기자 생활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증권부 생활에 적응해가며 시황을 맡고 있던 2008년 9월 중순 즐거운 한가위 명절을 보내고 출근한 이튿날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하루에 코스피지수가 90.17포인트(6.10%) 떨어졌습니다. 그 해 9월 15일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가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하루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날이 잦으며 9월 중순 1470 수준이었던 코스피지수는 10월 하순 890대로 추락했습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일은 고달팠지만 먼 나라 얘기로만 들렸던 금융위기가 어떻게 국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겪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경제부, 정치부 등의 출입처를 돌며 잠시 잊었던 증권 용어들이 다시 머릿속의 절반을 채우게 된 것은 2013년 2월이었습니다. 이 때 조선비즈에 합류하면서 증권부로 다시 ‘컴백’했습니다. 지금은 증권부에서 후배 기자 세 명과 손발을 맞추며 시장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요즘 고민하는 주제는 어떻게 하면 어렵고 복잡한 증권기사를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가 입니다. 가장 쉬운 길은 난해한 용어를 쉽게 풀어 쓰는 것입니다. 예컨대 증권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변동성’이라는 단어를 ‘등락이 심한 장세’로 고쳐 쓰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 못지 않은 전문성도 갖춰야 합니다. 요즘 일부 독자들의 수준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호되게 당합니다. 아직 증권 전문기자라고 자처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증권도 분야가 많습니다. 시황, 코스닥, 펀드 등 잘 알려진 분야부터 기업공개(IPO),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등 점점 분야가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기자만 살아남습니다. 올해나 내년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좀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함을 기사를 쓸 때마다 절실히 느낍니다.

언론사 선배 한 분이 집들이를 한다고 해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다 낡은 신문 스크랩북을 발견했습니다. 선배가 초년병 때 쓴 기사들이 빼곡히 담겨있었습니다. 문득 아들(30개월)이 커서 나중에 아빠가 쓴 기사를 찾아본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