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준호 한국은행 금통위원(사진)은 27일 “최근 오랜 기간 이어진 저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 등 공급측 충격에 따른 요인이 크지만, 저물가가 미래 인플레이션기대에 영향을 미치면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저물가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 위원은 이날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한은 금요강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갖고 “명목금리를 낮춰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실질금리가 높아지고,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 주체들의 물가 기대 심리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책을 펴도 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경기가 악순환에 빠지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함 위원은 또 “우리나라는 재정 상황이 양호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경제의 기초 여건이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본이나 유럽, 주변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 우리 실질 실효환율이 급격하게 절상될 수 있다”며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모니터링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은 상황”이라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유럽은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돈을 풀고 있어 이 자금이 미국 국채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중장기 미국 국채 금리 상승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함 위원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6월이나 9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돼도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보다 충격이 덜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예상과 달리 우리 금융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 체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