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 달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될 올해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S6’ 개발과 양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주력제품인 스마트폰의 개발과 양산에 직접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현안인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한화그룹과의 방산·석유화학 부문 계열사 매각 협상과 미국 모바일 결제업체 루프페이 인수 등 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을 직접 주도했다.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이 과거 이건희 회장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6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달 중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갤럭시S6의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전경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기의 세종사업장 방문은 부회장 승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스마트폰용 고급 전자회로기판을 생산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각종 부품이 장착돼 연결되는 회로기판을 비롯해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등이 한데 묶여 장착할 수 있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를 만든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스마트폰의 부품 수급 등을 직접 챙기는 것은 갤럭시 S6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갤럭시S 시리즈 등 스마트폰 개발은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담당 사장이 총괄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 그룹 주력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인수합병(M&A) 등은 챙겼지만, 제품 개발과 양산까지 나서서 관여하지는 않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S6를 직접 챙기게 된 이유를 두 가지로 풀이한다. 첫 번째는 갤럭시S6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사활을 거는 제품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관할하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신 사장은 유임시켰지만 마케팅·개발·생산 및 부품조달을 책임지는 주요 임원은 모두 물갈이했다. 사업부의 사활이 걸린 제품인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기는 게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 전반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안착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해외의 법인과 생산 공장, 연구소를 방문해 현안을 직접 챙기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개별 사업부장(사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화두’를 던진 뒤 전문경영인이 이를 해결하도록 방임하는 방식의 경영을 했다면, 이 부회장은 의사결정에 세밀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기 방문은 향후 삼성그룹 경영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중에서 매출 규모 3,4위권에 해당하지만, 갤럭시 S시리즈 등 스마트폰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다.

모바일 기기용 카메라 모듈, 전자회로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회로기판, 무선통신 관련 부품 등을 생산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부품들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은 55%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기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핵심으로 손꼽는 무선 충전 기술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부터 기존의 탈착식 배터리를 일체형 배터리로 교체하면서 무선 충전기술을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