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둔 중소기업 임원 김씨(57)는 요즘 한숨이 크게 늘었다. 누구나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라는데, 퇴직을 하면 당장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할 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에서 나온 노후 준비 예상금액을 보면 더 숨이 막힌다. 김씨는 "적게는 8억원, 많게는 12억원까지 노후 준비금을 준비해야한다는데, 애들 둘 결혼까지 시키고 나면 그런 돈이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노후 준비 예상 금액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노후준비금으로 5억이면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25일 보고서를 내고 60세부터 40년간 실제 소비금액이 총 4억8000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와 약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김범준 책임 연구원은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는 나이가 먹을수록 지출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데다, 예상 지출액을 너무 높이 잡아 통계를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60대 때 월평균 소비액이 196만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연령대가 바뀔수록 소비액이 40% 가까이 줄었다. 70대 땐 110만원, 80대 땐 59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식료품 지출 비중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자녀가 혼인을 하고 배우자가 사망하는 등 가족구성원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나 월세 등을 포함한 주거비도 연령별로 25%씩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족이 줄어들면서 주거 규모도 줄여나가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70대 이후로는 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었고, 교통비와 통신비도 급격히 줄었다. 여행이나 친목도모 모임 자체가 많이 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경조사비나 모임비도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줄었다.

의료비로 지출하는 절대 금액은 연령대가 높아진다고 해서 급증하진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목돈이 드는 고비용의 의료비 지출은 반드시 고연령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전연령대에서 관찰된 결과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소비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액 자체가 크게 늘어나진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이 2014년 세대별 가구를 대상으로 실제 지출액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조사 대상은 2만 세대 정도다.

이윤학 100세대연구소장은 "'억' 소리가 나는 노후 준비금을 보고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까지 나온 자료는 단순 예상으로 집계된 금액이라 실제 비용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