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25일 서울 강남구 서울컨벤션센터에서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최근 한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 유행어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25일 서울 강남구 서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핀테크 기업은 핀테크라는 용어 덕분에 실제 기술보다 과장되게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면서 “마케팅 기법으로 핀테크를 쓰는 기업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페이팔은 신용카드로 본인을 인증하고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결제하는 서비스다. 피터 틸은 금융과 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의 원조격인 벤처를 만든 셈이다.

그는 “금융과 인터넷은 무형이고 디지털의 기본 단위인 0과 1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은행 서비스는 규제와 감독이 많아 작은 기업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면서 “핀테크 기업도 독점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하게 사업화할 수 있는 작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가령, 페이팔도 전체 결제 서비스를 대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미국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의 파워 셀러(쇼핑몰에서 물건을 많이 파는 사람)라는 작은 시장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독점력을 얻어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핀테크 기업 중 주목받는 미국의 스트라이프(stripe)는 웹 개발자만 집중 공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터 틸은 또 “내가 싫어하는 유행어 중 하나가 디스럽션(disruption ㆍ 파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어로 냅(nap)은 납치한다는 뜻인데, 음악 공유 서비스였던 ‘냅스터(napster)’처럼 기존 산업을 무조건 파괴하는 기업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문제 학생을 불러 훈육하는 것처럼 다뤄야 하며 실제로 미국 정부가 냅스터를 문 닫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최근 미국 기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등 제2의 닷컴 버블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닷컴 버블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1999년에는 한해에만 기업 공개 건수가 300건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47건밖에 안됐다”면서 “야후, 아마존 등은 기업 가치가 5억 달러일 때 상장했지만, 요즘은 기업 가치가 적어도 100억 달러일 때 상장하는 추세라 상장 당시 주가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이기도 한 그는 “한때 페이스북과 자동차업체 포드의 시가 총액이 150억 달러 비슷했을 때 페이스북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면서 “지금은 페이스북 시가총액이 포드보다 4~5배나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