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줄리안 무어

올해 아카데미가 선정한 최고의 여배우 줄리안 무어(55)가 베스트셀러 동화작가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는 지난 23일(우리 시각) 제 87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으로만 보면 5수(修)만의 성취였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끝에 황금빛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 들었다.

그는 경력 31년의 ‘관록의 여배우’이지만, 동시에 ‘베스트셀러 동화작가’로도 성가를 높여왔다.

사진 왼쪽부터 미국에서 나온 'Freckleface Strawberry' 시리즈, 'My Mom Is foreigner' 책 표지

2007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한 ‘주근깨투성이 딸기(Freckleface Strawberry)’ 시리즈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연작 동화다. 자신이 어린 시절 주근깨투성이 얼굴 때문에 놀림당한 경험을 토대로 한 자전적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다름’에 관한 편견을 깨준다. 국내에도 2008년 ‘주근깨가 어때서?’(책그릇)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와 있다.

최근작으로는 2013년 발표한 ‘우리 엄마는 외국인(My Mom is a Foreigner)’이 있다. 이 동화 역시 다문화 가정 출신인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썼다. 국내에는 2014년 같은 제목으로 꿈꾸는꼬리연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다.

‘주근깨투성이 딸기’는 무어의 어릴 때 별명이었다. 동화 속 주인공은 고민거리인 주근깨를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주근깨를 없애려고 문질러도 보고, 얼굴에 레몬즙도 발라보고, 살색 마커펜으로 칠도 해본다. 하지만 주근깨는 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더운 여름에 스키 마스크를 쓰고서야 주근깨 감추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바람에 외톨이가 되고 만다. 친구들이 아무도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 주인공은 스키 마스크를 벗고 나서야 “딸기 주근깨야, 보고 싶었어!”를 외치는 친구들을 되찾는다. 결국에는 주근깨투성이 얼굴로도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화 속 주인공은 지금도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인 무어의 어린시절 모습이다. 어린이가 가질 수 있는 외모에 대한 편견을 재치있게 꼬집어 내면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작년에는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부터 '주근깨가 어때서?'(책그릇), '우리 엄마는 외국인'(꿈꾸는꼬리연) 책 표지

또다른 동화 ‘우리 엄마는 외국인’은 외국인을 엄마로 둔 아이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반쪽이 늘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제 눈에 비친 ‘엄마’를 이야기한 책이다. 언어나 풍습, 먹는 음식이 달라도 ‘엄마는 누구에게나 똑 같은 엄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어가 바라본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10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무어의 아버지가 로스쿨에 지원하면서 영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지원한 로스쿨이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어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미국 시민이 되던 날 실망감에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늘 내가 절반만 미국인이고, 절반은 스코틀랜드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성인이 된 무어는 이중국적(미국/영국 시민권)을 얻었다.

배우 무어는 동화작가 일도 계속 병행할 모양이다. 텔레그래프는 “현재 무어는 5권의 동화를 내기로 계약했으며, 그 첫 번째 책이 올해 7월쯤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