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국회 미래에너지연구회와 시장경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왼쪽에서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신임 무역협회장에 내정된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72·사진)은 경제 관료 출신 중에서도 확고한 시장·개방론자로 일컬어진다.

2001년부터 합류한 시장경제연구원 자신의 사무실에 ‘시장으로의 귀환’이라는 글귀를 걸어놓고 있을 정도다. 그는 저서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한 국제화 정책을 펼쳐 경쟁력 없는 분야를 치열한 경쟁 환경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김 전 수석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67년(행정고시 4회)부터 1997년까지 경제기획원 등에서 정통 경제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등을 거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경제수석을 지냈다.

1980년대에는 경제기획원 최장수 물가국장을 지내며 사실상 상품 가격을 결정했다. 기획원 시절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뒤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1997년 경제수석 재임 시 IMF 외환위기를 맞자 그 책임을 지고 사임, 공직을 떠났다.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이지만 대외 경제와 무역 현안에 대해 정통하다는 게 관가(官街)의 평가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개방하는 계기가 됐던 지난 1991~1992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김 전 수석은 정부의 실무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수석은 관련 저서나 언론 기고문에서 당시 경험을 회고하면서 “(시장 개방에는) 이해집단의 행태와 갈등을 조정하면서 일관성있게 밀고나가는 국가 경영능력, 정치력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특별자문관으로 위촉되는 등 대외 투자 유치와 해외 기업과의 교섭 등에도 여러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2년 펴낸 ‘한국경제의 발전 경험’이라는 책에서 김 전 수석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역내분업(分業)구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경제 관료 시절 금융실명제 등 경제 개혁의 큰 획을 그었던 정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 경제기획원 차관보 재직 당시 조순 당시 경제 부총리를 도와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도입에 관여했다. 1996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정부 규제완화 정책의 미비점을 냉정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끈끈한 인연도 화제거리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던 1997년 최 부총리가 행정관으로 김 전 수석을 보좌한 것이 시작이었다. 최 부총리는 김 전 수석이 1997년말 외환위기 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을 때 발벗고 나서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 동안 관가를 떠나 있던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과 다시 연을 맺는다. 박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같이 조언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2기 중장기전략위원장에 민간위원장을 맡았다. 최 부총리는 정부 측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장기전략위원회는 대내외 도전요인을 점검ㆍ분석하고 미래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민관합동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