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달로 갈 우리나라 탐사 로봇 '로버(rover)'가 16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로버는 이동형 탐사 로봇을 말한다. 화성에서 활약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큐리오시티'처럼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암석을 시추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강성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장은 이날 로버 시연회에서 "화성과 다른 달 환경을 감안해 독자 설계로 한국형 로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달의 극한 환경에 맞춰 개발

달 탐사 로버는 폭 50㎝, 길이 70㎝, 높이 25㎝로 무게는 탑재 장비까지 합해 20㎏이다. 이날 공개된 것은 이동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용 모델이었다. 따라서 카메라 등 탑재 장비가 빠져 무게는 13㎏에 그쳤다. 재작년 중국이 달로 보낸 로버 '옥토끼'는 무게가 120㎏이 넘는다.

1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이 공개한 우리나라 달 탐사 로봇 ‘로버(rover)’의 시험용 모델이 모래밭을 주행하고 있다. 로버는 2020년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달로 가, 암석을 시추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형 로버가 이렇게 작고 가벼운 것은 한국형 발사체가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 제한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로버를 개발했다.

화성에 간 미국의 로버는 모두 6개의 바퀴 바로 옆에 모터가 달렸다. 덕분에 각각 바퀴가 따로 움직여 언제나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지구와 화성 간 거리가 워낙 멀어 통신이 늦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로버의 상태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스스로 험한 지형을 극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형 로버도 바퀴가 6개이지만 모터는 모두 몸체에 붙어 있다. 바퀴가 각각 따로 움직이지 않아 바퀴 6개 중 지표면에 닿아 있는 비율은 70%에 그친다. 그래도 지구와 달의 거리가 화성보다 짧아 문제가 생기면 즉각 지상에서 알아채고 대응 명령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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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더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다. 달은 화성과 달리 대기가 없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그대로 로버에 부딪힌다. 또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섭씨 130도에서 영하 170도로 무려 300도나 차이 난다. 강성철 박사는 "화성의 로버처럼 모터가 밖에 있으면 배선이 노출되고 복잡해져 달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달 탐사 로버가 고장이 잦았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로버는 화성의 로버를 모델로 했다.

작지만 멀리 가는 로봇이 목표

한국형 로버의 임무 기간은 1년이다. 이 기간에 40㎞ 이상 이동하는 것이 목표다. 2004년 화성에 간 미국의 오퍼튜니티 로버가 11년 만인 이제야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를 돌파하는 것에 비하면 월등한 이동 능력이다. 로버 개발 책임자인 KIST 이우섭 박사는 "달의 환경에 맞게 태양전지 충전과 가동 준비 상태를 최적으로 하면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달은 밤과 낮이 각각 2주간 이어진다. 한국형 로버는 밤에는 '핵(核) 히터'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이 내는 열로 견디다가 햇빛이 비치기만 하면 바로 태양전지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택했다.

한국형 달 탐사 로버 개발에는 KIST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재료연구소·자동차부품연구소 등 6개 기관이 참여했다. 로버 개발 예산은 760억원으로 잡혀 있다. 강성철 박사는 "올해는 로버의 자율 주행 제어 기술 등 지능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