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사실 처음엔 비슷한 아이디어지만 완전 다른 방식의 사업 모델을 갖고 왔더군요. 그땐 안 좋은 얘길 많이 했어요. 회사가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방식이길래, 이렇게 하다간 성장 속도를 못 내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낙담하는 게 아니라 바로 며칠 뒤에 잡플래닛 모델을 갖고 오더라고요.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잡플래닛 출시일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이었다. 직원들 모두 마케팅이나 인터뷰도 거의 하지 못한 채 근무 의욕을 잃었다고 윤 대표는 회고했다.

그럼에도 잡플래닛은 출시한 지 한달 만에 8000개 이상의 기업 정보와 2만개의 리뷰가 등록되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엔 포춘코리아와 함께 ‘잡플래닛 어워드’를 개최하기도 했다. 점수가 높은 기업 50개의 임원들을 초청해 시상을 한 것. 설립된 지 8개월 밖에 안 된 벤처기업의 ‘패기’였다.

권일환 퀄컴벤처스 코리아 총괄,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윤신근 잡플래닛 대표 (왼쪽부터)

윤= 삼성물산 등 대기업 임원들이 과연 오실까 걱정도 됐는데, 다행히 50개 기업에서 다 와주셔서 시상식을 잘 끝냈어요. 미국에 저희와 비슷한 사업 모델인 ‘글래스도어’가 있는데, 마크 저커버그 CEO가 유일하게 참석하는 시상식이 바로 그 글래스도어 어워드라고 하더군요. 외부에서 주는 상이 아니라 직원들이 주는 상이니 그만큼 의미 있다고 봐요.

황=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진 모르겠는데, 일부 회사에선 잡플래닛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직접 내셨어요. 기사가 나가자마자 주가가 급등한 회사들도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현상이었죠.

서른 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그들이지만, 아직 몇 개의 목표(?)가 남았다. 단기적으로는 윤 대표의 결혼과 잡플래닛의 5개국 진출이고 장기적으론 미국 나스닥 상장이다.

윤= 황 대표 보면 부러워요(황 대표는 중학교 동창인 이혜민 눔코리아 전 대표와 지난해 결혼했다). 두 사람이 성인 돼서 다시 만났을 때 저도 그자리에 있었어요. 그 때부터 쭉 봤고 셋이서 5개국 여행도 다녔으니 잘 아는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무엇보다 부부가 같은 업계에서 일한다는 게 부럽죠. 언제든 비즈니스 얘기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잖아요.

해외 진출은 다음달에 할 계획이에요. 동남아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인적 네트워크도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대만 등 5개국에서 동시에 론칭하기로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시장이 워낙 커서 현지 사무실을 뒀고, 나머지는 서울 사무실에서 론칭할 예정이에요. 트래픽이 잘 나오는 국가부터 진출해 현지 사무소를 세워야죠.

잡플래닛에서 일부 항목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기업들. 점수가 4점대인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윤신근 대표는 말했다.

권= 동남아는 뜨는 시장이기 때문에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거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겁니다. 관련 시장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또 미국 글래스도어가 같은 라틴어 계열 언어를 쓰는 유럽에 진출하고 있는데, 아마 동남아 쪽에 넘어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에요. 그 동안 잡플래닛이 동남아 시장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빠르게 모은다면, 글래스도어가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죠.

황= 장기적으로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에요. 원래 목표는 창업 후 4년 뒤인 2018년쯤이었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잡은 건 아니에요. 그냥 동남아 진출하는 데 1년, 남미 진출하는 데 1년…. 대충 4년쯤 걸리겠다 싶더라고요(웃음).

세 사람은 잡플래닛이 나스닥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선 시가총액 1조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장난기 있게 농담을 주고 받다가도 ‘1조’를 말할 때는 분위기가 다소 숙연해졌다.

권= 처음부터 ‘연 매출이 1000억원이 될 수 없는 아이디어라면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하곤 했어요. 미국에선 시가총액 1조원짜리 회사를 유니콘이라고 해요.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처럼 하나의 비즈니스를 중심에 놓고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갖춘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 전에 한 번 형님께 시가총액 1조원짜리 ‘유니콘’이 된다면 유니콘 뿔을 붙이고 일주일 동안 돌아다닐 테니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술자리긴 했지만, 100% 농담은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