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순천향대병원 내과 전문의 채용공고

응급센터 전담 전문의 채용 안내. 임용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급여 1800만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응급실에 전담으로 근무할 내과 전문의 지원자를 찾고 있다. 근무조건은 세전 월급 1800만원으로 연봉으로 계산하면 2억1600만원에 이른다. 세후 월급으로 따져도 1250만~1300만원의 높은 수준이지만, 12일 현재까지 지원자가 전혀 없다.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맡은 업무는 응급실 야간 당직이다. 한 주에 2번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5시간을 연속 근무해야 한다. 격주로 주말에는 오후 12시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22시간을 꼬박 근무해야 한다. 2주간 모두 82시간을 근무한다. 주당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법정 근로기준 시간인 40보다 1시간 많은 41시간이다.

병원은 지난해 11월 응급실 전담 전문의 2명을 채용을 추진했다. 한 명은 채용이 됐지만 한 명을 채용하지 못해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 고민 끝에 병원은 정교수 월급에 비해 1.5배가 넘는 파격적인 근무조건을 내세웠다. 한 달이 다 되도록 지원자가 없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런 사정은 원주 기독세브란스병원과 춘천성심병원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병원은 응급실 전담 내과 전문의 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이 일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밤이라는 근무 환경과 비정규직이란 근무조건, 힘든 업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내과 전문의는 “3년동안 응급실 당직을 섰지만 술 취한 환자가 병원을 여관처럼 생각하거나 진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의 또 다른 내과 전문의는 “1800만원을 세전으로 따지면 1250만원 수준에 그친다”며 “평균 급여수준에서 월급 300~400만원 좀 덜 받더라도 낮에 외래 환자 진료하면서 편하게 일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보통 밤에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당직이 환자를 돌본다. 추가 진료가 필요한 내과 환자는 내과 레지던트가 호출을 받아 달려간다.

특히 내과는 생명과 직결돼 있어 호출이 많다. 다친 환자는 실과 바늘로 꿰매면 되지만 내과는 심장박동수, 체온, 혈압, 혈당 등의 생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전공의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전문의를 늘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과 교수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야간 응급실 전담 인력과 입원실 전담 전문의가 모자라다”며 “응급 환자와 입원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담 전문의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