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미국 부통령 앨 고어(Gore)가 1998년 재임 당시 구상한 기상관측위성이 17년 만에 우주로 향했다.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는 11일 오후 6시 3분(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미 해양대기국(NOAA)의 디스커버 위성을 탑재한 '팰컨 9'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 위성의 임무는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네 배나 먼 160만㎞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하고 태양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다.

해리슨 슈미트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72년 12월 7일 유인 달탐사선 아폴로 17호에서 찍은 지구 사진. 지구에서 4만5000㎞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된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앨 고어 前 미국 부통령.

디스커버는 '고어의 위성(Gore Sat)'으로 불린다. 고어는 1998년 "21세기판 '블루마블(Blue Marble)'을 찍을 위성을 우주로 보내자"고 주창했다. 블루마블은 1972년 12월 7일 유인(有人) 달탐사선 아폴로 17호에 탑승했던 해리슨 슈미트 전 상원의원이 촬영한 지구 사진을 말한다.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이 물결치는 모습 때문에 블루마블(푸른 대리석)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이후에도 수많은 위성이 지구를 촬영했었지만, 대부분 지구와 가까운 궤도를 도는 바람에 전체적인 모습을 담지 못했다. 보이저 1호 등 지구 궤도를 벗어난 위성이 찍은 지구 사진은 태양이나 달 그림자에 가려 블루마블만큼 선명하지 않았다. 고어는 당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담아 24시간 내내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 낭비라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위성 제작 작업도 중단됐다. 묻힐 뻔했던 블루마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극적으로 부활했다. 미 해양대기국은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인공위성 장애, 통신 교란 등의 사건이 잇따르자 태양 활동을 관찰할 위성 발사를 추진했다. 해양대기국은 예산 절감 차원에서 새 위성을 만들지 않고 기존 디스커버 위성에 3억4000만달러(약 3774억원)를 들여 태양 감시 장치를 추가했다.

디스커버는 앞으로 110일간 날아가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60만㎞ 떨어진 '라그랑주 1(L1)' 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은 지구의 중력이 미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구 사진을 촬영하고, 태양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 현장에서 발사를 지켜본 고어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날 발사한 로켓의 1단 부분을 바다 위의 착륙장에 착륙시켜 회수한 뒤 재활용하는 실험을 시도했으나 기상 악화로 로켓 회수에는 실패했다.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으면 우주여행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스페이스X는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