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케이블TV와 IPTV(인터넷TV)로 방송된 드라마 '미생'은 시청률 10%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주인공 '장그래' '오 과장' 등을 토대로 만든 캐릭터 상품의 판매가 급증했고, 종이책으로 출간된 만화책 역시 두 달 만에 100만부 넘게 팔렸다.

미생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동명(同名)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인기 웹툰은 드라마·영화 등으로 가공된 2차 콘텐츠와 여기서 파생된 3차 캐릭터 상품까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웹툰에 기반한 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기 웹툰. 드라마로 방영된 '미생'

영화·드라마·캐릭터상품으로 커지는 웹툰 시장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8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8805억원까지 늘어나고, 향후 연 1조원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작년에만 미생 외에도 네이버에서 연재됐던 웹툰 '닥터 프로스트'(드라마)와 '패션왕'(영화) 등이 2차 콘텐츠로 제작됐다. 올해도 다음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드라마로 방영 중이고, 네이버 웹툰 '목욕의 신' '신과 함께'는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작년까지 네이버 웹툰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애니메이션은 총 45편에 달한다. 이 작품들은 웹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내는 것이다.

웹툰이 기업이나 서비스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 코너에는 한화케미칼, 중앙입양원, 세종사이버대학 등을 알리는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일반 광고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웹툰을 통해 자연스럽게 젊은 독자층에 자신들의 브랜드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다.

인기 웹툰은 캐릭터 상품이나 모바일 메신저용 이모티콘으로도 인기가 높다. '라인' '카카오톡'에서 판매되는 이모티콘 가운데 인기가 높은 '마음의 소리'나 '나이스진' 이모티콘은 모두 웹툰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상품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기 웹툰이었던 ‘미생’은 작년 케이블TV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다음에 연재됐던 웹툰 미생

사업 키우고 해외 진출도 활발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웹툰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일 웹툰·웹소설 부문을 따로 떼어내 사내 회사(CIC)로 만들었다. 네이버 측은 "시장 가능성이 이미 검증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육성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웹툰 업체인 레진코믹스에 50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레진코믹스는 작년에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게임을 소재로 한 웹툰도 연재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옛 한게임)는 일본에서 선보였던 인기 웹툰 서비스 '코미코'를 한국에서도 서비스한다. 현재 코미코는 총 60여편에 달하는 한·일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기 웹툰이었던 ‘미생’은 작년 케이블TV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미생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까지 인기를 끌었다.

세계시장을 향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라인과 연계해 '라인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의 인기 웹툰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모바일메신저 라인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음 역시 작년 5월 미국 타파스미디어와 손잡고 북미 지역에 한국 웹툰 5종을 소개했다. 타파스미디어는 북미에 웹툰 포털 '타파스틱'을 개설해 작가 2200여명, 웹툰 2300여종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해외 진출 러시가 뜨겁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 등 15명은 작년 12월 작가 조합인 '투니온'을 설립해 북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은 미국의 온라인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에서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