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자매회사 위즈덤베이글이 운영 중인 '자도랭킹샵' 신림역점의 내부 모습

출판사가 빵을 편집한다?

최근 베스트셀러 만화 ‘미생’으로 초대박을 낸 위즈덤하우스가 ‘편집 빵’으로 또 한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만의 도서 기획과 편집 감각으로 책을 만드는 회사가 이번엔 혀 끝 감각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작년 6월 수익 다각화의 하나로 시작한 사업이 올 들어 분점까지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새로 문을 연 신림역 인근 분점을 찾아가 봤다. 가게 이름은 ‘자도 랭킹 샵(ZADO Ranking Shop)’. ‘자연의 길’을 뜻하는 ‘자도(自道)’에서 음을 따와 영문으로 표기했다. 이것도 편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진열대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 빛깔의 빵과 케익들이 가득했다.

자도랭킹샵의 빵 진열대. 신촌 '만나역 크림빵'부터 대학로 '함무바라 고로케' 등 다양한 맛집 아이템이 전시돼 있다.

신촌에서 불티나게 팔려 맛도 보기 어렵다는 ‘만나역 크림빵’, 대학로 명물 ‘함무바라 고로케’, 파주 맛집으로 유명한 ‘따순기미’ 빵집의 수제 햄버거까지. 전국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빵과 케익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패션업계에서나 보던 ‘편집숍’의 모방이자 재구성이다.

맨처음 아이디어를 낸 연준혁 위즈덤하우스 대표는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다가 소문난 빵과 케이크를 한 자리에 모아서 팔면 어떨까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국 최고의 빵을 모아 판다는 컨셉은 단순했지만, 구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른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법. 맛만 찾다가 유해성분이 든 상품을 팔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자체 평가 과정까지 거쳤다.

일단 출판사 직원들로 시식단을 구성했다. 다양한 입맛의 사람들을 최대한 골고루 섞었다. 직원 100여명 가운데 연령, 성별, 입맛에 따라 20명의 대표 시식위원까지 선정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제품 업체명은 가렸다. 하나의 상품을 맛본 뒤엔 물이나 차로 입도 헹구게 했다.

채점도 꼼꼼하게 했다. 10점 만점 중 평균점수 8점 이상, 혹은 시식 참가 인원의 2/3 이상이 8점 이상을 준 상품을 1차로 골라냈다. 선정된 상품은 성분을 확인했다.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상품은 최대한 배제했다.

그런 식으로 시식단이 1년 6개월 동안 시식한 상품만 2만점이 넘었다고 한다.

작년 6월 합정동에 있는 위즈덤하우스 북카페 ‘빨간책방’에 1호점을 열었다. 커피 한 잔에 독서를 즐기던 손님들이 요깃거리로 빵을 하나둘 주문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인터넷의 ‘빵순이’ 블로거들 사이에 야금야금 입소문이 났다. ‘그 북카페에는 책을 읽으러 가는 게 아니라 빵을 먹으러 간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사업 첫해 실적 치고는 호조였다. 왕인정 빨간책방 실장은 “기대한 만큼의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자도랭킹샵 신림점은 지난 7일 문을 연 단독매장이다.

지난 7일에는 2호점인 신림점이 문을 열었다. 이번엔 자도랭킹샵 단독 매장이었다. 이윤지 신림지점장은 “빵과 케이크 같은 디저트 중심의 1호점과는 달리 각종 스낵과 쿠키, 쥐포, 컵라면, 맥주, 오징어, 잼 같은 것까지 갖췄다”고 했다.

매장에서는 ‘악마의 잼’이란 별명이 붙은 누텔라부터 하이네켄과 호가든 같은 인기 병맥주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었다.

자도랭킹샵 신림점에선 빵부터 잘 팔리는 초콜릿과 과자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이름난 제품만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정승호 신림점 팀장은 “좋은 식품을 계속해서 들여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자도랭킹샵 운영은 위즈덤하우스 자매회사인 위즈덤베이글이 맡고 있다. 연 대표는 “프랜차이즈로 키워나갈 생각”이라며 “올해 안에 매장을 2~3개 정도 더 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