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나이트 지음|안성용 옮김|글항아리|356쪽|1만6000원

“모든 신문은 이윤을 추구한다. 나도 존경을 받으려면 이윤을 좇아야 한다. 내가 그런 움직임을 멈추면 누군가가 나를 회사에서 끌어내길 바란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신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말이다. 그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지 않는다. 어떻게 언론이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야 하는지 말한다. 언론에 대한 환상을 깨부순다. 대다수가 아는 머독의 모습다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말은 머독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기업가로서 과장된 자기 변호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머독이 언론의 기능과 영향력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신념을 전파하는 데 언론을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머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 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뉴욕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와 영국 ‘선’ 등이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회사다. 뉴스코퍼레이션의 가치만 300억달러를 웃돈다. 머독의 자산은 60억달러에 이른다. 미디어 재벌이라 불릴 만하다.

미디어코퍼레이션의 독주에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현실 정치를 왜곡한다고 비판한다. 치우친 이데올로기를 통해 자기 구미에 맞는 정치·경제 얘기만 전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적 이슈를 정치적인 사안으로 바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논쟁에 휘말리게 하는 데도 수완을 발휘한다는 비판도 있다.

저자는 머독이 미디어 권력을 휘두르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머독의 사업 수완이나 성공담에 대한 얘기는 많았지만, 정작 머독의 정치, 권력, 신념이라는 주제들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자신은 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탐사한다. 저자는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호주 국영 ABC TV 기자를 거쳐 뉴사우스웨일즈대 미디어예술학부 부교수로 있다.

저자는 “머독은 평생 아웃사이더, 반항아를 자처했다”며 “기득권층의 싸움과 그들의 통념에 대한 저항은 그의 인생을 요약하는 말”이라고 쓴다. 그가 분석한 머독은 이런 사람이다.

“머독은 좌익과 자유주의 신념이 소수 엘리트 권력에 의해 유포된다는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자유주의 엘리트를 기득권층이라 규정하며 적대했다. 잘난 체하는 속물들에게 공격적이며 가식 없는 그의 태도는 정부, 대중매체, 학계, 문화계, 정치권을 장악한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보수주의자들을 억압한다는 해괴한 견해로 변질됐다.”

상업적 성공에 가려진 머독의 정치적 영향력을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흥미롭다. 머독이 폭스뉴스를 통해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의제를 어떻게 설정해 여론몰이했는지,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를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뉴스를 전했는지에 대한 사례가 눈에 띈다.

뉴스코퍼레이션이 어떤 의사결정과 구조를 통해 뉴스를 생산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의미심장하다. ‘선’의 편집장 데이비드 옐런드는 “편집장들은 자신이 머독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켜고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듣고는 ‘루퍼트 머독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질문한다”고 말한다.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언론인들이 습관화되고 내재화된 자기 검열로 머독에게 도움이 될만한 뉴스만을 만든다는 얘기다.

저자는 “머독은 직원들 특히 편집장들이 이데올로기적 헌신을 보이길 원했다”며 “그는 정치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편집장을 일일이 통제하진 않지만,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철저히 배제한다”고 썼다.

여전히 막강한 미디어 제국 위에 군림하는 황제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