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맨 안쪽에 있는 내핵(內核·inner core)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단일하지 않고 형태가 다른 두 개 층으로 나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내핵 안에 또 다른 핵이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지구는 물론이고 다른 행성의 기원을 알아내는 데까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지질학과의 샤오둥 송 교수 연구진은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맨 안쪽 내핵이 결정의 정렬 형태가 다른 두 개 층으로 구분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중국 난징대(南京大) 연구진도 참여했다.

지구 내부는 4개 층으로 구분된다. 육지와 바다 밑의 땅을 구성하는 지각(地殼)이 맨 바깥에 있고, 그 아래가 지구 부피의 83%와 질량의 67%를 차지하는 암석질인 맨틀이다.

가장 안쪽 지구 중심부에는 철과 니켈로 이뤄진 핵이 있다. 복숭아 가운데 씨가 들어 있는 것과 같다. 핵은 다시 액체 상태인 바깥쪽 외핵(外核)과 고체 상태인 안쪽 내핵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내핵은 단일 핵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이번에 내핵도 '바깥쪽 내핵(outer-inner core)'과 '안쪽 내핵(inner-inner core)'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 도구는 지진파였다. X선으로 몸 안을 보듯 땅속으로 전파되는 지진파는 지구 내부를 알아내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 보통 지각을 통해 전달되는 지진파만 분석해 지구 깊숙한 곳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진은 내핵까지 다녀온 미세한 지진파 신호들을 수년간 모아 증폭했다. 이를테면 지구 내핵에서 울려나온 지진파의 메아리까지 조사한 것이다.

분석 결과 바깥쪽 내핵에선 지진파가 남북 방향으로 더 빨리 전달됐다. 이는 철 결정이 지축과 마찬가지로 남북극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정렬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 안쪽 내핵에는 철 결정이 적도처럼 동서 방향으로 정렬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내핵이 최소한 두 번의 운동을 통해 서로 다른 형태로 형성됐음을 보여준다"며 "다른 행성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핵을 알면 외핵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까지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핵과 내핵은 구성 성분은 같고 액체와 고체라는 점만 다른 일종의 '이란성 쌍둥이'이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가 회전하면서 생겨났다. 과학자들은 10억년쯤 뒤 외핵이 모두 고체로 변하면 지구가 돌지 않고 자기장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