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에 대(對)전차 유도탄 '현궁(晛弓)'을 판매하는 1조(兆)짜리 프로젝트를 지금 추진하고 있습니다. '빛과 같은 화살'이란 뜻을 가진 '현궁'은 2.5㎞쯤 떨어져 있는 전차의 900㎜짜리 장갑(裝甲)을 단번에 꿰뚫어버릴 수 있는 위력적인 신무기입니다."

이달 5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 내 6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효구(64) LIG넥스원 대표이사 부회장은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 전략으로 회사의 규모와 이익을 모두 키우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창립 40주년을 맞는 LIG넥스원은 청상어(경어뢰), 해성(함대함 유도탄), 신궁(휴대용 지대공 유도탄) 같은 정밀 유도무기를 개발·생산해 온 국내 방산업계의 대표 기업이다. 최근에는 막바지 매각 절차에 돌입한 LIG손해보험을 대신해 LIG그룹을 이끌어갈 핵심 주력 계열사가 됐다. 이 대표는 "그룹 사업 영역이 방산·IT서비스·유통업 등 세 가지로 압축된 만큼 LIG그룹이 '강소(强小) 그룹'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제 몫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LIG넥스원의 연구개발(R&D)센터에서 이효구 대표가 ‘현궁 프로젝트’를 통한 LIG넥스원의 해외시장 공략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방위산업 기업인 LIG넥스원은 LIG그룹의 핵심 주력사이다.

그는 "국내 방위산업의 활로는 수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이 통합 무기 체계로 재편되면서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아졌지만, 이 관문을 넘어서면 수익성과 확장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새 시장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집무실 곳곳에는 LIG넥스원의 글로벌 공략 거점이 표시된 지도가 붙어 있었다. 그는 지도에서 중동 지역을 가리키며 "구체적인 협상 대상국을 공개할 순 없지만, '현궁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1단계로 조(兆) 단위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후 관련 무기체계 수출로 이어지면 수조원대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5년 300만달러(약 32억원)에 불과하던 LIG넥스원의 수출 규모는 2012년 1억6000만달러(약 17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한 중남미 국가에 '해성' 20여발(1000억원대)을 수출해 국산 유도무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고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신궁' 수출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 등 통합체계 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경쟁사를 압도한다"며 "향후 4년간 투자액을 5000억원 정도 늘리고 현재 1500명인 연구 인력을 2000명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육상·해상·공중에 사이버와 우주 공간을 포함한 '5차원 전장(戰場)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현대전에 대응하기 위해 위성과 레이저, 무인화 로봇 등 3대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10년 전 2000억원 남짓하던 LIG넥스원의 매출액은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7배로 커졌다.

"올해 목표는 1조9000억원입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62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습니다." 국제 신인도 상승과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이르면 올 9월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올해로 9년째 LIG넥스원 대표를 맡고 있다. 20여년 '재무통'으로 근무해 가격 경쟁력 확보 방안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는 "자주국방의 토대를 세운 기업답게 '애국(愛國)하러 출근한다'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첨단무기 개발과 전력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매년 시무식(始務式)을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갖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항상 들고 다니는 손바닥 크기만 한 수첩에는 중동 국가의 군(軍) 조직도, 글로벌 경쟁사들의 미사일 개발 단계, 중요 프로젝트 진척 상황 같은 수십 장의 자료가 축소 복사돼 빼곡히 붙어 있다. 그는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책임지는 기업'이라는 경영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