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2000%다.
원금의 20배를 건졌다는 얘기. 연 금리 3%의 은행 예금으로 667년을 묵혀둬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잘 알려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의 얘기다.

진솔하고 아름다운 생을 다룬 독립영화에 대해 수익을 따지는 것은 어쩌면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았던 이 영화가 이른바 세속적인 ‘대박’을 거둔 것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최근 8년간 최고 투자 수익률기록한 영화는?)

님아는 5일까지 47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7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스크린 수가 206개로 지난해 개봉한 ‘명량(1586개)’, ‘군도:민란의 시대(1394개)’, ‘역린(1054개)’ 등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못해 무서운 성적이다.

영화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님아에 투자한 대명문화공장의 수익률이 2000%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님아는 상영 3개월도 채 안 돼 이 수익을 냈다. 영화가 아직 상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워낙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예산으로 제작돼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들은 그때마다 투자업계와 영화업계에 적지않은 반향을 남겼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대명문화공장 첫번째 메인 배급작…투자 수익 20배 대박

2000%라는 수치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독립영화의 특성상 수익 분배 방식이 상업 영화처럼 분명하게 정해져있지 않다고들 하나, 통상적인 분배 공식을 적용해 추산해보기로 했다.

먼저 님아의 누적 매출액은 373억원이다. 순제작비 1억2000만원 중 대명문화공장의 투자금은 1억원이다. 순제작비와 마케팅·배급비를 더한 총제작비는 아직까지 집계가 안 되는 상황이나, 당초 예산안이 3억7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4억원으로 가정했다. 독립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해 상영 기간이 길어질 경우 마케팅·배급비가 2~3억원까지 간다고 영화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누적 매출액 373억원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발전기금 3%와 세금 10%를 제하고 남은 돈 325억6000만원 중 평균 절반을 극장 몫으로 지급한다. 남은 162억8000만원 중 10%는 배급사가 가져가고 약 146억5000만원이 남는다.

대명문화공장의 투자 지분율(총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5%라고 단순 계산해보면, 36억6000만원이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사와 영화 제작사가 수익을 6대4로 분배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중 대명문화공장의 몫은 21억96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투자 수익률이 2000%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과 엇비슷하게 맞는다.

여기에 공동 배급사로서 가져갈 것으로 추정되는 돈을 더하면, 대명문화공장은 3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GV아트하우스는 투자 지분이 없고 단순 배급만 했기 때문에 공동배급사 몫만 할당 받는다.

◆ 워낭소리, 수익률 37배 추산…한공주·지슬도 좋은 성적

과거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독립영화들의 투자 수익률은 어땠을까.

님아에 이어 독립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은 ‘워낭소리’(2009년)는 약 37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객 수가 님아보다 적었음에도 수익률이 훨씬 높았던 이유는, 영화 제작사에서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순제작비 전액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워낭소리는 누적 매출액 192억원을 기록했다. 순제작비 1억원을 포함해 총 제작비로 2억원이 들어간 저예산 영화다.

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

앞서 님아에 적용했던 일반적인 수익률 분배 공식을 다시 대입해보자. 워낭소리의 매출액 192억원에서 영진위 발전기금과 세금, 극장 몫을 제외하면 83억8000만원이 남는다. 이 중 배급사 몫을 제외하면 투자사와 제작사에는 75억4000만원이 돌아간다. 총제작비 2억원 가운데 순제작비 1억원을 영화 제작사인 ‘스튜디오느림보’가 댔으므로 37억7000만원 전액이 제작사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즉, 단순 계산하면 투자 수익률이 3700%가 넘는다는 얘기다.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2012년)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후원이 이뤄졌다. 총 제작비 2억5000만원 가운데 7000만원을 제주도 문화계 인사·주민들이 후원했고, 온라인 펀딩 플랫폼을 통해 1400만원이 들어왔다. 영화 제작사 측은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올려주고 제주도산 농산물과 시사회 초대권 등을 증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제주도 지역 관계자들이 보편적인 공식에 따라 투자 수익을 분배받았다면 어땠을까? 지슬의 누적 매출액은 10억원이었다. 이 중 극장과 배급사 몫까지 제하고 나면 약 3억9000만원이 남는다. 제주도민들의 투자 지분율이 28%라고 계산하면, 이들 몫은 약 6500만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93%에 가까운 수익률이다.

영화 '한공주'의 한 장면.

비교적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한공주’(2013년)의 수익률이 좋았다.

한공주는 22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18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순제작비가 2억원이었으며 배급·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공개가 되지 않았는데, 3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순제작비 2억원은 모두 이수진 감독과 지인들이 부담했다. 이 영화에도 수익률 분배 공식을 단순 대입해 계산해보면, 투자 수익률은 약 14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