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4일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하면서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는 상생 협력을 겨냥한 약 2만9000건의 특허 공유(共有)다. LG는 특허 중 3058건을 무상으로, 나머지는 유상으로 벤처·중소기업에 넘길 계획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특정 분야에서 특허 공유가 있었지만 LG 같은 대기업이 다량의 특허를 넘기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생규 LG전자 전무(특허 담당)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인 특허 문제를 전폭적으로 돕자는 뜻"이라며 "특허 라이선스에 대한 막대한 비용 부담을 덜게 된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이나 신사업 진출 등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허 3058건은 무상 공개

LG의 '특허 공유 실험'은 이미 진행 중이다. 최근 LG생활건강은 충북 음성에 있는 직원 7명 바이오 벤처기업에 주름 개선, 미백 화장품 원료 특허 7건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특허는 주름 개선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특수 소재 관련 기술이다. 하지만 배합이 어려워 쉽게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허를 받은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이란 벤처기업은 LG에는 없는 바이오 배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이 제공한 특허와 벤처기업 기술이 결합, 사업화가 시도되는 것이다. LG는 "대기업에서 잠자는 특허를 중소 벤처기업에 적용할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그룹 내 국내외 전체 특허 건수는 15만건 이상인데, 이 중 중소·벤처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특허 2만7000여건을 골라냈다"고 말했다. 특허 공개 대상은 충북 지역 중소 벤처기업 범위를 뛰어넘는다. 경남 거제에 있는 금형(金型) 업체도 도움받을 만한 특허가 있다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충북혁신센터 내 특허 지원 창구인 'IP(Intellectual Property·특허 등 지식 자산) 서포트존'을 만들어놓고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을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또 혁신센터를 통해 스타트업(start up·창업) 희망자에게 LG 직원의 아이디어를 개방하는 모델도 주목된다. LG그룹 사내(社內) 포털인 'LG-LIFE'에 제안된 아이디어 중 중소기업에 적합한 것을 골라내 지역 내 중소·벤처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충북 오송에 있는 씨원라이프테크는 양팔의 손가락에 센서가 부착된 골무를 끼워 줄자 없이도 거리를 측정 가능한 '골무형 거리 측정기'의 사업화를 결정하는 등 4개 지역 업체가 LG의 아이디어로 제품 사업화에 나섰다.

◇충북 지역 '화장품 韓流'도 육성

이날 출범식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업종은 충북 지역에 특화한 화장품·바이오·제로에너지(태양광, 2차 전지 등) 산업이었다. 이미 충북 지역은 LG생활건강을 비롯한 100여개 화장품 기업이 밀집해 전국 화장품 생산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출범식에서 "화장품 한류(K-Beauty)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또 다른 한류를 일으키기를 기대한다"면서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LG생활건강 등과의 협업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뷰티 산업 관련 아이디어가 사업화와 중국 시장 진출까지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윤준원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지역 특화 산업인 뷰티·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 '스타 중소기업'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