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인원 확대, 경쟁 과열 등으로 회계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소위 ‘SKY(서울·연세·고려) 대학’ 출신 회계사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조선비즈가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Y 대학’ 출신 신규 회계사 비중은 2011년 38%(361명)에서 2014년 28%(248명)로 10%포인트나 줄었다. 특히 서울대의 비중이 같은 기간 10%(93명)에서 4%(37명)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14년 신규 회계사 배출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중앙대·서울시립대·경희대 등에 뒤진 8위에 그쳤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2014년 신규 회계사 배출 규모에서 각각 1·2위를 했지만 감소 추세는 동일했다. 연세대는 2011년 신규 회계사 중 15%인 148명을 배출했지만 2014년엔 3%포인트 감소한 106명을 냈다. 고려대 출신은 같은 기간 비중이 13%(120명)에서 12%(105명)로 줄었다.
반면 중앙대(4.4%→7.0%)·서울시립대(4.0%→5.2%)·숭실대(0.5%→2.1%)·숙명여대(0.4%→1.2%)·건국대(1.7%→2.6%)·한동대(0.2%→1.1%) 등의 비중은 증가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를 해봤자 예전만큼 지위나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요 대학 출신들이 은행 등 다른 직업으로 빠져나간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습을 마친 회계사 초임 연봉은 대략 4000만원, 5년차가 돼도 5000만∼6000만원으로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의 감사 보수가 중국 4대 법인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다.
이는 회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작년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감사인을 교체하면서 감사 보수를 최대 40%까지 깎기도 했다.
하지만 결산기엔 밤 12시 이전에 퇴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 한 회계사는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잎만 갉아먹는 애벌레처럼 엉덩이를 떼지 못한 채 서류만 들여다본다”며 “하지만 그에 비해 보수는 적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을 떠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둥지를 트는 회계사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수치를 나타내는 휴업 회계사 비중을 증가 추세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공인회계사회 회원 1만7269명 중 휴업한 회원이 5965명으로 35%를 차지했다. 2010년 30%에서 4년만에 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회계사 시험에 응시하는 숫자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1년 1만1910명이던 회계사 응시자(1차 기준) 수는 작년 9461명으로 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규로 배출되는 회계사 숫자도 2012년 998명에서 2014년 886명으로 11%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회계사의 감소는 회계법인 경쟁력 상실과 부실 감사 및 기업의 재무 악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회계업계가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장기적으로 회계서비스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서비스산업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