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달고 우주 공간을 유유히 항해하는 우주선. 공상과학(SF) 만화에서나 등장하던 '우주 돛단배'를 띄우는 실험이 곧 시작된다.

미국의 비영리 과학 단체인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돛을 단 우주선 '라이트세일(Light Sail)'을 오는 5월 미국 케이프커내배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5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우주 돛단배는 태양풍(太陽風)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태양 표면에서는 내부에서 나온 자기장이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플레어(flare)'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튀어나온 양성자와 광자(光子) 등의 입자가 아주 빠른 속도로 태양계 전체에 퍼져 나가는데 이를 태양풍이라고 한다. 태양풍의 속도는 지구 근처에서 초당 450㎞ 이상이며 중력의 영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더 빠르다. 다만 지구 자기장을 뚫지 못하기 때문에 지구 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가로세로 각 10㎝인 라이트세일은 우주 공간에서 4개의 삼각형 돛을 펼친다. 돛은 두께가 0.0005㎝에 불과한 얇은 필름으로 만들어졌으며, 다 펴면 32㎡ 넓이다. 행성협회는 라이트세일에서 얻은 자료를 이용, 지구 주변을 실제로 항해하는 초소형 우주 돛단배를 내년에 쏘아올릴 계획이다.

별도의 연료가 필요 없는 우주 돛단배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멀리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주에서는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속도가 빨라지면 다시 줄어들지 않고 유지된다. 태양풍을 새로 받을 때마다 우주 돛단배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현재 가장 성능이 좋은 로켓으로는 명왕성까지 7년이 넘게 걸리지만, 우주 돛단배를 이용하면 5년 이내에 갈 수 있다.

다만 실제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돛을 아주 크게 만들어야 한다. 태양풍은 1㎥당 1~2개의 양성자·광자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돛 크기가 수십㎞ 이상이 돼야 사람이 탄 우주 돛단배가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서구 박사는 "돛의 재질 연구가 진전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우주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