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를 늘리기 위해선 법인세와 부자 증세도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법인세율을 높이면 외국인 투자 등 투자가 잘 안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은 법인세율이 8%(한국 22%)인데 그렇다고 투자가 잘 되느냐”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연말정산 논란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가 ‘세금을 걷으면 안 된다’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 같이 세금을 더 내고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한데 자꾸 ‘세금 걷으면 안 된다’, ‘세금 나쁘다’ 이런 틀에 박혀서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며 “필요해서 올려야 되니깐 나쁜 말로 꼼수 같은 걸로 해서 막 올리고 그러니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약속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이 GDP 대비 10% 선인데 선진국 중 복지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이고 유럽은 25%에서 35%까지 지출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략 복지지출은 2배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불필요한 씀씀이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해서 그 잔돈으로 하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기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 항목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장인들이 올 연말정산에서 분노한 이유로는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꼽았다. 장 교수는 “자영업자들 중에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들도 많이 있는데 그 소득이 잡히지 않아서 월급쟁이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문제가 있다”며 “법인세 같은 것도 깎아줘서 돈이 모자라니까 일반 국민들한테 걷어내고,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만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도 투자나 경제성장률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법인세율이 최고 39%이고 독일도 30%, 중국도 25%인데 우리나라는 25%에서 22%로 깎아줬다”며 “법인세를 깎아서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기업 활동에서 법인세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 예로 불가리아와 파라과이를 들었다. 그는 “이런 나라들 법인세는 10%인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에 가서 투자를 안 한다”며 “우즈베키스탄처럼 (법인세율이) 8%인 나라도 있는데 그런 데랑 경쟁하려고 (법인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부자증세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은 지난 30여년 동안 부자들 엄청 세금 깎아주고 돈 많이 갖다 줬는데 투자도 떨어지고 경제성장도 떨어졌다”며 “그런걸 잘 알고 부자 증세도 그런 시각에서 접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은 인건비 깎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편한 길이지만 그 길로 가다 보면 결국은 기술력이 떨어져서 산업 자체가 망한다”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고 국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최경환 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이 신성장동력 육성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가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자꾸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이걸 그냥 법인세 깎아주고 규제 완화하고 이러면 기업들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해서 미래를 이끌어 나갈 산업들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