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 쿠키런, 드래곤플라이트…. 지난 3년간 한국 모바일 게임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해온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을 만든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스, 넥스트플로어 같은 소규모 벤처도 중견 게임사로 급성장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에는 모바일 게임 인구도 크게 늘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도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박'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산업은 성장세가 확 꺾였다. 눈에 띄는 신작(新作)을 찾아보기 힘들고 게임 개발과 마케팅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돈 벌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급제동 걸린 한국 모바일 게임

지난 3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1년 42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2012년 6000억,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는 1조3000억원대에 그쳐 성장률이 10% 이하였던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게임도 시장이 커지면서 고비용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인 '클래시 오브 클랜'은 지난해 중순 한국에 정식 출시된 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핀란드 수퍼셀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국에 최소 300억원 이상 마케팅비를 퍼부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최신 게임으로 매출 10위 안에 든 '영웅(4:33)'이나 '도탑전기(중국 가이아모바일)' 역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규모 마케팅에 힘입어 국내 모바일 게임 1위에 오른 ‘클래시 오브 클랜’.

기발한 아이디어나 사용자 입소문으로 매출을 올리던 시대는 가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많은 돈을 쓰는 게임만 살아남는 식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앱장터 '구글플레이'에 올라와 있는 모바일 게임 톱 10(매출 기준) 가운데 중소 제작사가 단독 출시한 게임은 하나도 없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들도 웬만해서는 새로 나온 중소 게임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대작(大作) 게임'이 한번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여간해서는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위권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지난해 10월 말 '구글플레이'의 게임 매출 1위에 오른 뒤 4개월가량 수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게임을 포함해 1~10위권 게임 중 8개가 출시된 지 1년 가까이 된 게임이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 임원은 "사용자들이 돈을 많이 쓴 게임일수록 랭킹이나 레벨이 높고 비싼 아이템도 많아서 이를 버리고 다른 게임으로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게임하기' 입소문 효과 감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고 알리던 '카카오 게임하기'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이전에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에 게임을 올리기만 하면 '중박'은 보장된다"던 공식도 깨졌다. 여기에 등록되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 것. 지난해 5월 '카카오 게임하기'에 올라온 게임은 65개에 달했지만, 12월에는 30개로 줄었다. 카카오 게임의 위력이 줄어들면서 출시작도 감소한 것이다.

게임사들은 다양한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독자적인 게임 배포 플랫폼을 만들거나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식이다. 컴투스는 자체적인 게임 플랫폼 '하이브'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 게임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 특화된 카카오 게임용으로 게임을 만들면 외국시장에 진출할 때는 프로그램을 고쳐야 하는데, 독자 플랫폼을 쓰면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게임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컴투스는 작년 3분기에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배 넘게 늘어났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합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송재준 컴투스 부사장은 "우리의 대표 게임 '서머너즈워'는 전 세계 게이머가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즐긴다"며 "동일한 프로그램을 모든 언어에 맞춰 제공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