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20%대에 진입했다. 5년 이상 금리가 고정된 혼합형 금리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2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잔액기준)은 23.6%로 집계됐다. 2013년말 15.9%보다 7.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3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은행(33.2%), 하나은행(26.8%) 순이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도 26.5%로 전년(18.7%) 대비 7.8%포인트 늘었다. 은행별로는 SC은행(40.7%)과 광주은행(29.9%), 국민은행(29.1%) 등의 주택담보대출에서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이 높았다.

은행권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모두 20%를 상회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4년말 20%, 2015년말 25%, 2016년말 30%, 2017년말 40%까지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를 정착시켜 대출자의 만기 일시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앞으로도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의 연도별 목표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구조개선 프로그램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목표치를 모두 채웠다. 그러나 일부 지방은행은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혁신성 도시 등 신규 아파트 대규모 단지가 지방에 들어서면서 중도금 대출 등이 많아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혼합형 금리 상품도 고정금리로 인정해주는 '꼼수'의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4조5천826억원에 달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실적 중 88.9%, 39조6천209억원 어치가 혼합형 대출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출받은 사람은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받다가 최장 30년까지 변동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5년 이후 시점에서 금리가 오르면 상당수 가계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신규 대출분에 대해 5년 이상 금리가 고정된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해왔다. 장기 주택담보대출의 평균상환만기(3년6개월), 통상적인 이사주기(6~8년) 등을 감안해 5년이상 금리상승이 제한된다면 금리변동 위험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혼합형 대출도 금리 인상기에 금리 변동의 위험을 겪기 때문에 변동금리와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고정금리여서 금리가 일정하지만 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