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고작 연 2%대인 저금리 상황에서 ‘돈 냄새’ 잘 맡는 강남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이 말하는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보유 강남 소재 자산가들의 재테크 트렌드는 ‘리스크 관리’로 압축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한 만큼 공격 투자로 분류되는 개별주식 보유는 최대한 지양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 골드클럽 PB센터장은 “부자들은 보통 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오피스텔ㆍ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 비중이 높은 편인데, 최근 공실률(空室率)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산 배분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주가지수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기예금 대신 ELS로 최대 7% 수익 챙겨

PB들에 따르면 강남 부자들은 ELS를 기본적인 투자 자산으로 담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서 연 평균 4~6%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ELS를 정기예금 대용으로 챙기고 있다는 것.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ELS 발행 금액은 71조7967억원으로 전년보다 57.1% 급증했다. 지난 2003년 국내 ELS 시장이 개설된 이래 최대 규모다.

부자들은 ELS 상품 중에서도 기초자산이 주가지수로 구성된 지수형 ELS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현대차나 조선ㆍ정유주 같은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에서 원금 손실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다 안정적인 지수형 ELS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은 “자산가들은 기초자산으로 국내 코스피200지수, 홍콩H지수, 유로스타50, S&P500 지수를 선호한다”며 “네 가지 지수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는 구조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매달 수익 일부를 이자식으로 주는 지수형 월지급식 ELS의 경우 평균 5% 정도 수익률을 내왔지만 최근에는7%까지 올라왔다”면서 “괜찮은 월지급식 ELS 상품은 내놓는 즉시 팔릴 만큼 인기가 좋고 이런 추세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방망이는 짧게… 중국ㆍ원유로 ‘플러스 알파’ 노린다

리스크가 덜한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만기가 짧은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올해 상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현재 금리 저점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로 채권형 펀드에 들어가는 것은 권하지 않고 있다”며 “단기부동자금이 모이는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상품으로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MMF 잔액은 92조원을 웃돌며 전년 대비 24%가량 증가했다.

중국 펀드에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중수 KB국민은행 방배PB센터 부센터장은 “지난해 말부터 후강퉁 제도로 외국인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투자 붐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를 하다보니 경기부양 효과도 있고 위안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차익 기대감이 있어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PB들은 현재 3400선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선까지 무난히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경우 추가로 20%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수 부센터장은 “유가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정유주도 반등 기미를 보이자 원유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다만 최저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는 금의 경우 문의는 들어오고 있지만 달러 강세 상황에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