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절감하는 계절입니다. 가스·수도·전기요금에 담뱃값이 2000원 오르더니, 이제는 세금도 더 걷는 모양입니다. 연말정산 계산기를 두드리는 심정이 여느해보다 무겁습니다.

저는 결혼 3년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아내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저희 부부의 연말정산 기조는 3년째 ‘소득 많은 쪽에 몰아주기’입니다. 아직 아이가 없고,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고 있습니다. 잘해야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를 제 명의의 카드로 결제하는 정도입니다. 제 소득이 아내보다는 많으니, 이를 통해 과세 소득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석현 기자

결혼 이후 작년까지 연말정산 성적표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지난해 아내는 10만원 정도를 돌려 받았고, 저는 60여만원을 13월의 월급으로 돌려 받았습니다. 내가 더 낸 세금을 돌려 받는 건데도 마치 보너스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더군요.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 같습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 계산기를 돌려본 결과, 저는 다음 달에 70여만원을 토해내야 할 운명입니다. 아내는 2월 급여가 반토막이 날 것 같다며 벌써 울상입니다. 1년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 봤습니다.

저는 올해 결정세액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결정 세액은 올해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 규모입니다. 매월 우리 급여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에서 결정 세액을 빼면 연말 정산 이후 돈을 돌려 받을지, 도로 토해낼 지가 나옵니다. 소득세는 지난해 대비 50% 정도 늘었습니다. 지방소득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결정 세액은 왜 이렇게 늘어난 걸까요.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우선 제 소득 자체가 2013년 대비 늘었습니다. 비과세 항목을 제외하고 2013년 대비 2014년 소득이 400여만원 늘었네요.

소득은 늘었는데 소비는 똑똑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지난해 준중형 차를 구입했습니다. 빚지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격이라 대부분의 금액은 체크카드 일시불로 지불했습니다. 약간 모자라는 금액은 신용카드로 냈지요.

2000만원짜리 차를 사면서 이미 체크카드 공제한도(연 300만원)는 일찌감치 끝났습니다. 제작년보다 소비가 늘었음에도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 이유입니다. 아내 역시 체크카드 신봉자입니다. 차를 사면서 한도가 다 차버린 탓에 소비 증가 대비 공제 혜택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나마 신용카드·체크카드로 결제수단을 다양화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일몰을 2년 연장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신용카드가 ‘세테크(稅 tech)’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후년에는 연말 정산에 대비해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결정세액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전세자금 대출을 2013년에 조기 상환한 원인도 있습니다. 저희는 2013년에 약 4000만원에 달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습니다.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로서 근로소득이 연간 총 5000만원 이하인 경우 원리금 상환액의 40%까지, 최대 300만원을 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에 상환이 끝난 탓에 2014년에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상환을 조금 늦춰서라도 공제를 받을 걸 그랬습니다. 물론 부채 조기 상환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요.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저렴하고, 상환 기간도 비교적 길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부부라면 상환 계획을 잡을 때 연말정산을 감안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원리금 조기 상환에 따른 이자 절감액과 수수료, 여기에 절세 금액 3가지를 놓고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겠습니다. 머리가 아프시겠지만, 잘만 하면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