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투표한 결과 황영기 후보자가 50.69%의 득표율로 3대 협회장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모양의 대한민국 금융을 두고는 세상을 떠날 수가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는 회원사 투표를 앞두고 발표한 프레젠테이션 원고에서 이런 문장을 적었다가 마지막에 뺐다고 했다. 그는 임기 3년 동안 본인이 가진 네트워크와 대외 협상력을 활용해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족적’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황 당선자는 대한민국 금융을 ‘국제 금융시장의 갈라파고스 섬’이라고 말했다. 갈라파고스는 외부와 격리되어 독자적인 진화를 이룬 섬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갈라파고스 섬’처럼 다른 곳에 없는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생겼다는 입장이다.

“외국 운용사, 증권사들을 취재해 보세요. 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한국에서 철수를 할까요? 실력이 없어서? 천만에요. 왜 메릴린치 투자은행이 100명에서 시작해서 10명으로 줄었을까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규제가 문제입니다.”

"규제가 필요없다는 게 아닙니다. 외국도 규제가 많습니다. 외국과 우리의 규제를 맞추자는 겁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규제를 갖출 이유가 뭐가 있나요. 선진국의 금융 규제는 수차례 검증을 거친 이미 하나의 규범(norm)입니다. 홍콩·싱가폴·영국·미국 수준으로 가 봅시다. 외국손님 오게 해 줍시다.”

그는 규제와 연결된 금융산업 발전의 핵으로 세제 문제를 꼽았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일본 사람들은 해외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도 요즘 해외 투자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세금 체계가 영 이상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해외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알리바바 주식을 사면 세금이 분리과세 됩니다. 그런데 중국에 투자하는 IT베스트 ETF나 펀드 사면 이건 해외 펀드로 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정부가 펀드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한) 개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라고 하는 셈입니다.”

“세금을 매기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정부에서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점에서 1억원 모은 것에 세금을 내게 하느냐, 이래저래 투자하고 돈 불려서 10억원을 모은 것에 세금을 내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잘 모으고 파이를 키워서 나중에 세금을 많이 걷으면 될 것을, 왜 지금 미리 걷습니까. 이런 저런 투자가 이뤄지고, 자산을 쌓으면 거기에서 그때 세금을 물리는 것이죠. 푼돈에 세금 물릴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에서 25조원, 100조원 넣는다고 민간이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금융은 사회의 혈맥같은 건데, 정부가 할 일은 그냥 민간시장을 세제 지원 같은 걸로 ‘툭’ 차주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민간에서 알아서 움직입니다. 정부는 민간시장 활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도 야당도 겁이 나서 움직이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두 번 하실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내시나요? 금융투자업 발전은 국정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