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임직원들은 매년 연어를 잡으러 동해로 떠난다. 연어 정액에서 추출한 물질을 10년간 연구한 끝에 피부재생에 효과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연어는 산란기에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오릅니다. 연어는 수정을 한 다음 죽는데, 우리는 수정 전의 연어를 잡습니다. 10년간 연어 추출물을 연구해온 우리 회사 직원들은 매년 연어를 잡으러 가는 것이 중요한 업무죠.”

제약회사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임직원들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산란기의 연어를 잡으러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 간다. 이달 10일에도 다녀왔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 연어 잡기에 매달리는 것은 연어의 정액 추출물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2001년부터 이탈리아 마스텔리사(社)에서 연어 정액의 DNA를 추출해 합성물질로 만든 ‘PDRN’ 제품을 수입해왔다.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은 인체의 특정 세포에 결합하는 DNA 조각이다. 피부 손상 부위에 선택적으로 반응해 염증을 줄여주고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

파마리서치 연구팀은 PDRN의 피부재생 효능을 밝힌 연구논문이 수년간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연어를 직접 잡아 성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마스텔리는 PDRN을 만드는 방법과 이탈리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제공하는 등 연구를 도왔다.

2002년 이탈리아 시에나 대학이 58명의 피부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PDRN은 피부재생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DRN 성분이 든 주사를 맞은 환자는 10일이 지난 다음 새 살이 돋은 면적이 26.7㎠인 반면, 주사를 맞지 않은 환자는 20.7㎠였다.

하지만 파마리서치는 연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으로 연어가 사는 지역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한국 등 4곳에 불과하다. 회사는 연어를 직접 잡기 위해 일본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던 중 강원도의 연어 양식장을 발견했다. 파마리서치는 2006년부터 강원도 양양에서 매년 2000만 마리의 연어를 인공 부화시키고 남은 정액을 이용하기로 했다.

연어 한 마리당 보통 5~10㏄의 정액이 추출된다. 이 중 5% 이내의 유효한 물질을 분리해 낸다. 회사는 천연물 연구기관에 의뢰해 2012년 연어의 DNA를 기반으로 한 PDRN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국내에서 물질 특허를 내고 2013년 강원도 강릉에 생산공장을 지었다. 지난해 9월에는 PDRN성분의 필러(보형 물질)를 개발하고 1월에는 조직재생 주사를 출시했다. 조직재생 주사는 안국약품에 판권을 넘겨 판매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파마리서치는 조직재생 효과의 추가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뼈 형성 촉진제나 연고, 면역력 강화제, 피로회복 주사, 화장품 등의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피부재생 시장의 규모는 약 6000억원이다. 전 세계로 보면 35조원에 이른다. 회사는 2013년 180억원 매출액을 올렸으며 지난해 2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PDRN물질의 필러와 주사 판매로 더욱 높은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마스텔리는 파마리서치가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회사는 올해 안으로 코스닥 상장도 추진키로 했다.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정상수 대표는 “이탈리아 마스텔리의 도움과 10년간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피부재생에 효과적인 물질을 개발했다”라며 “끊임없이 연구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제약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