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40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한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4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60조9405억원으로 1년 동안 37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사상 최대치고, 한 해 가계대출 증가폭으로 봐도 지난 2008년(27조1000억원)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은행 가계대출은 부동산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인하된 작년 8월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 2조8000억원 수준이던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8월 4조5555억원으로 확대됐고 9월 3조7188억원으로 조금 주춤하다가 10월 6조9373억원, 11월 6조8754억원, 12월 6조637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12월 3개월 동안에만 20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지난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6조8787억원으로 전년보다 35조5000억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 은행 가계대출은 1조9000억원 증가한 153조3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기업대출 잔액은 675조8000억원으로 1년 동안 43조원 증가했다. 1~11월에는 월평균 5조원씩 증가했지만 연말 부채비율 관리 등 계절적 요인 때문에 12월 11조원(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합병에 따른 기업대출 편입분 제외 기준)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은행 대기업대출이 6조3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대출은 4조8000억원 줄었다. 일반적으로 매년 12월에는 기업이 연말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상환에 나서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기업대출이 감소한다. 지난 2013년 12월에도 은행 기업대출이 12조7472억원 감소했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은행의 수신 증가폭은 5조2000억원으로 전월 (17조4000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이 12조6000억원 늘어 전월(10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지만, 정기예금은 8조4000억원 감소했다. 연말 재정집행을 위한 지자체의 예금 인출과 일부 대기업의 만기도래자금 회수에 영향을 받았다. MMF(머니마켓펀드)에서 11조5000억원의 자금이 인출되며 자산운용사 수신도 큰 폭으로 감소 전환(11월 2조9000억원 증가→12월 8조7000억원 감소)했다.

12월 중 통화량(M2) 증가율은 전월보다 소폭 상승한 8%대 중반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은행 대출 증가폭이 감소하며 민간신용이 둔화됐지만 예금취급기관의 유가증권 보유가 확대됐고 경상수지 흑자로 국외부분 통화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