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추진한 현대글로비스(086280)주식 13% 매각이 무산되며 정 회장 부자가 어떤 후속 조처를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안 등 다양한 예상을 내놨다.

13일 현대차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이 날 대량 매매(블록딜) 형태로 기관투자가들에게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하려던 거래는 참여자가 적어 무산됐다. 물량이 워낙 많았던 데다, 거래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또는 정 회장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현대모비스 주식으로 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스와프의 경우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현대모비스 주식을 가진 회사에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주고 현대모비스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이런 시나리오들을 근거로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가치는 사업 가치보다 높게 평가받았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높게 유지될수록 정 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 부자가 보유 지분의 3분의 1을 시장에서 처분하려고 시도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우선 현대자동차 측은 현재 블록딜 재개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3% 지분을 매각하는데 파는 이유나 자금의 활용방안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이 없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블록딜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가격 차이가 벌어져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교환(스와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한 것은 이들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기보다는 스와프하려고 한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주가가 안정된 다음 이들이 계열사로부터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든, 스와프를 하든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번 블록딜 시도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단순해지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인물 혹은 기관이 물량을 사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 삼성도 KCC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에 성공했다.

이재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추가 하락 여지도 있어 당장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제삼자나 특정 기관이 물량을 대량으로 받아가 시장에 영향을 안 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