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에너지와 구에너지 양 진영간 오일 전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흥에너지(미국 셰일오일)와 구에너지(석유수출국기구) 양 진영간 오일 전쟁의 패권(覇權)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은행들이 유가 전망치를 낮춘 탓이다.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국제유가는 올 들어서도 벌써 17%나 하락했다. 지속되는 원유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2.29달러(4.7%) 하락한 배럴당 45.9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올 들어 14%나 하락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은 2.68달러(5.4%) 밀린 배럴당 47.43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서 거래됐다.

2월물 정유 선물은 4.87센트(3.7%) 떨어진 갤런 당 1.2745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디젤 선물 역시 4.89센트(2.9%) 떨어진 갤런당 1.6541달러를 거래됐다.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락은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주식이 하락하고 구리 가격은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원유 공급량이다. 지난 11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를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오일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의 오일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해 미국산 셰일오일 고사 작전에 나섰다. 자국산 원유 가격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며 누가 먼저 죽느냐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호황을 이끈 주역은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같은 ‘셰일 혁명’에 기존 산유국들은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소시에테제너럴 은행은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춘 보고서를 지난 9일과 11일(현지시각)에 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평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40.50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42달러선으로 제시했다. 이전 전망치는 각각 배럴당 70달러, 80달러였다.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도 이전 배럴당 83.75달러에서 평균 50.40달러로 내렸고, WTI 전망치는 이전 배럴당 73.75달러에서 평균 47.15달러로 낮췄다. 소시에테제너럴 은행은 2015년 전망치를 이전 배럴당 70달러에서 55달러로, WTI는 이전 65달러에서 51달러로 낮췄다.

지난 주에는 시티그룹과 BNP파리바, 코메르츠뱅크 등이 유가 전망치를 낮췄다.

마이클 위트너 소시에테제네럴 석유부문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는 더 하락할 것”이라며 “1분기 하루 원유 생산량이 160만배럴에 달하고 2분기에는 하루 170만배럴씩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양 진영의 오일전쟁에 소비자는 저유가의 혜택을 즐기고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평균 2.13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작년보다 1.18달러나 떨어졌다.

이번 주 원유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OPEC, 국제에너지기구가 발간하는 월간 보고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원유 공급량 규모에 따라 유가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레이더들은 이날 발표될 예정인 중국의 원유수입 관련 수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