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얼의 커브드(곡면) TV.


중국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현지시각)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가전쇼)를 점령했다. 올해 참가한 3600여개 업체 중 25% 이상이 중국 기업이다.

전통적으로 CES의 주인공인 TV 분야를 포함해 스마트폰, 드론(무인 항공기),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 첨단 IT(정보기술)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도 전시장 한쪽에 부스를 만들고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① TV 기술력 격차 더 줄어

이번 CES에서는 중국 TV 제조사들이 세계 시장 1·2위인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와의 기술력 격차를 더 줄였다는 게 확연했다. 삼성과 LG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중국의 기술력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중국 하이센스와 창훙은 각각 100인치 레이저 TV를 선보였다. 레이저 TV는 TV 앞에 두는 프로젝터에서 레이저를 쏴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하이센스의 레이저 시네마 TV는 다른 회사들의 레이저 TV와 달리 레이저를 쏠 별도의 스크린이 없어진 게 특징이다. 국내 업체 중에는 아직 별도의 스크린이 없는 레이저 TV를 만든 곳이 없는 걸로 알려졌다.

중국 하이얼은 LG전자의 주력 제품군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55인치 커브드(곡면) 형태로 만들어 전시했다. 중국 TCL은 삼성전자가 공을 들인 퀀텀닷(양자점) TV를 65인치 크기로 만들었다. TV 제조사 중 가장 먼저 퀀텀닷 TV를 공개했던 지난해 9월보다 화질이 더 밝고 선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IT 매체 씨넷은 "중국 TV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ZTE의 신형 스마트폰 '스타 2(Star II)'.

② 레노버 회장 “스마트폰 시장서 삼성·애플 따라잡겠다”

중국 레노버는 이번 CES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410 칩을 탑재한 4G LTE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후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넓혔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7일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발판으로 중국 스마트폰 경쟁자들을 우선 제친 후, 해외 진출을 확대해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시장정보업체 IDC데이터가 지난해 10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에 16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 샤오미에 이어 4위다.

중국 화웨이는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물량 공세를 펼쳤다.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 '아너 6 플러스(honor 6 plus)'와 함께 P7, 어센드 메이트, 아스날 등 대표 스마트폰을 모두 전시했다.

중국 ZTE는 CES에서 '스타 2(Star II)'를 주력 스마트폰으로 내세웠다. 중국에서 약 2주 전 출시된 제품으로, 가격은 399달러(약 43만원)로 정해졌다.

ZTE가 가장 공들여 홍보한 부분은 음성인식(call out) 기능이다. 스마트폰이 꺼진 상태에서 'ZTE'라고 부르면 화면이 켜지고 '카메라'라고 말하면 카메라 모드로 바뀐다. 애플의 시리(Siri)보다 낫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제품을 살펴보던 한 관람객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가벼운 게 맘에 든다”며 “미국에선 언제 출시되냐”고 물었다.

전시장 안에 마련된 중국 화웨이의 부스.


드론 전시장, 중국 기업이 장악
드론은 CES를 주관하는 전미가전협회(CEA)가 올해 처음으로 별도의 드론 전시 공간을 배정했을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 중 직접 드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드론 전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두드러졌다. 4곳 중 1곳꼴로 중국 기업이 자리잡았다.

드론 전시장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꿰찬 회사는 중국 DJI다. DJI 1300달러(약 140만원)짜리 항공 촬영 드론 '팬텀 투 비전 플러스(Phantom 2 Vision+)'를 선보였다.

중국 헙산 테크놀로지는 'X4 프로(X4 Pro)' 드론을 전시했다. 중국 하와는 산업용과 안보용으로 쓰이는 드론을 공개했는데,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요청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이들 드론업체는 모두 중국의 벤처 중심지로 꼽히는 선전 출신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더 많은 드론업체가 나올 거라 예상되는 이유다.

④ 벌써부터 애플 워치 카피캣 판쳐

중국 기업들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시계 모양의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워치다.

특히 아직 출시 전인 애플의 스마트 워치 ‘애플 워치’를 모방한 카피캣 제품들이 여러 부스에서 눈에 띄었다. 가격은 약 60달러(약 6만5000원)로, 애플 워치의 판매 예정 가격인 350달러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업체들의 고질적인 베끼기 행태가 도마에 올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중국 회사들의 기술력이 좋다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