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치 마히토 지음|김문정 옮김 |이답|224쪽|1만3000원

"어느날 내게 주어진 미션, '판다의 가격을 구하라!' 당신이라면 과연 판다를 얼마에 사겠는가?"
책은 뜬금없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판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한 동물이다. 거래가 금지돼 있다. 매매를 못하니 가격도 없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값은 어디에도 안 나온다. 어떻게 가늠해볼 수 있을까.

저자는 판다의 적정 가격을 구하는 물음으로 금융 이론 해설의 여정을 시작한다. 레벨은 1부터 3까지 있다. 레벨 1은 판다 가격 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판다 가격을 원가법으로 구할 경우, 1년치 사료비가 5000만원, 인건비가 9000만원, 전기세와 사육관 임대료 등 기타 비용이 1000만원이 들어간다고 치자. 연간 비용은 총 1억5000만원이다. 3살짜리 판다라면 총비용은 4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이익으로 5000만원을 붙이면 판다 가격은 5억원이 된다. 이게 정답일까. 아니다. 원가법은 공급자 입장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수요자의 가치 판단을 고려하지 않았다.

꼭 판다가 아니라도 좋다. 그 비슷한 희귀 동물의 현재 거래가를 조사해 판다 가격을 유추(거래사례 비교법)해보는 것도 좋다. 판다가 얼마나 모객을 할지, 현금 흐름은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지(수익환원법)를 예측해 가격을 산출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판다값을 제대로 구할 수 있는 가치평가 이론까지 다다른다.

저자는 "상품 가격을 구하는 것만 확실히 익혀두면 제품이든 서비스든, 기업 가치든 투자 안건이든 거기에서 제시한 가격이 비싼지 싼지, 이득인지 손해인지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레벨 2부터는 실전이다. 판다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한다. 저자는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재무상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때 찍는 X선 사진, 손익계산서를 일정 기간 활동을 줄곧 기록하는 동영상으로 각각 비유한다. 이어 기업 자산의 '겉'을 훓고 난 다음에는 현금 흐름, 즉 돈을 벌어들이는 힘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산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나아가 레벨 3에서는 신규 사업의 가치 평가를 통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순현재가치(NPV), 잉여현금흐름 같은 제법 복잡한 개념과 공식도 등장한다.

저자는 2003년 기업가치ㆍ평가 전문기관인 플루터스 컨설팅을 세워, 연간 300건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를 해온 전문가다. 지금은 도쿄 글로비스 경영대학원에서 금융을 강의한다.

금융 하면 어려운 용어나 세세한 계산 순서를 외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눌린 입문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금융 관련서라면 주저하거나, 사 놓고도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