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61)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자(子)회사 3곳에서 갑작스럽게 해임된 사실이 5일 오후 전격적으로 공개됐다. 신 부회장이 해임된 3곳은 일본 롯데의 핵심 자회사인데다, 롯데홀딩스가 임시이사회까지 열어 해임을 전격 의결했다는 점에서 신 부회장의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롯데그룹 후계 구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신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와 관계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웠다. 이후 껌 등 과자 사업으로 성장했고, 1967년에는 한국 롯데그룹도 세우며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양쪽을 다 지배하는 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에 38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한국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주력 회사인 롯데쇼핑의 주식을 8.8% 갖고 있는 등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신씨 일가가 지배하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이 차남인 신동빈(60) 회장의 지분보다 약간 더 많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는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 쪽을, 신동빈 회장은 한국 쪽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10년 6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는 형님, 한국 롯데는 저로 이미 오래 전에 결정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은 이런 후계 구도에도 내용이 무엇이든 변화가 생긴 것을 반증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룹 후계 구도와 관련해 최근 외부로 드러난 일은 신동주 부회장이 2013년8월부터 작년9월까지 수십억원을 들여 한국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전체 지분을 3.96%로 늘렸다. 동생 신동빈 회장(5.34%)와 지분 격차도 1.38%로 줄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신 부회장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지분을 조금씩 더 사들였다.

신 부회장의 경영 행보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2013년 일본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롯데제과가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일본 롯데도 적극 공략한다고 공개 천명한 것이다. 그해 태국에 초콜릿 과자 공장을, 인도네시아에서는 초코파이 공장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형제 간 후계 구도 경쟁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외부로 드러난 몇가지 일로 롯데그룹 전체의 승계 구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잖다. 그간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를 포함해 국내 어느 재벌보다 복잡하면서도 베일 속에 갇힌 지배 구조를 보였다.

롯데그룹의 사장을 역임한 A씨는 "한국에서는 승계 구도를 알 만한 사람은 없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절 임원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동주-동빈 두 형제는 모두 일본에서 태어났다. 신동주 부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했고, 1978년부터 미쓰비시 상사를 다니다가 1987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2011년 일본 롯데 부회장이 됐다.

신동빈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와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노무라 증권,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한국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으며, 2011년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