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책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주제를 온전히 탐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다른 대부분의 미디어보다 더 깊은 방식으로 몰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미디어 식단을 책읽기에 더 많이 할애하는 쪽으로 바꿔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매년 한 가지 목표를 공표하고 실천해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을 '책의 해(A Year of Books)'로 선언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도전 과제로 서로 다른 문화와 믿음, 역사, 기술에 중점을 두고 2주에 한 권씩 새 책을 읽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작년 12월31일 페이스북 회원들을 향해 “2015년에 도전할 과제를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전에도 이런 제안을 하고 한 가지씩 목표를 정해 실천해왔다. 중국어 배우기, 매일 페이스북 직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 한 명씩 만나기, 매일 세계를 좀 더 낫게 만든 사람에게 감사 노트 쓰기, 매일 넥타이 매기 같은 것들이 과거 실적이다.

올해 결심을 조언해달라고 요청한 글에는 순식간에 5만7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저커버그는 3일 게시글을 통해 올해는 책읽기로 정했다면서, 독서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그는 “책을 읽으면 지적으로 충만해진다”면서 “오늘날 어떤 미디어가 하는 것보다도 더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했다.

책읽기 도전에 동참할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위한 북클럽 ‘책 읽는 한 해(A Year of Books)’도 열었다. 자신이 여기에 읽을 책을 소개하면 함께 읽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고 토론할 수 있게 했다. 이 페이지는 시작 이틀 만인 5일(우리 시각) 현재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좋아요(like)'를 눌렀다.

저커버그가 책 읽기 과제로 선정한 첫 번째 도서 '권력의 종말'

저커버그가 올해 첫 번째로 선정한 책은 '권력의 종말(The End of Power)'.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출신 언론인 모이세스 나임(63)이 쓴 책이다. 2013년 3월 하드커버로 출간된 데 이어, 2014년 3월에 페이퍼백과 킨들판이 나왔다.

저커버그는 이 책에 대해 “전통적으로 거대 정부와 군부, 기관에 집중돼 있던 권력이 어떤 식으로 개개인에게 옮겨가는지 탐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 역시 이런 추세를 깊이 느끼고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권력의 종말' 페이퍼백이 일시 품절됐다.

저커버그가 소개한 직후부터 이 책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4일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에서는 '권력의 종말'이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TV 쇼에서 책을 소개할 때마다 판매가 치솟은 과거를 연상시킨다. 벌써부터 출판계에서는 ‘저커버그 효과’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저커버그가 꼽은 책 ‘권력의 종말’

'권력의 종말' 저자 모이세스 네임

저자 모이세스 나임은 베네수엘라 통상산업부 장관 출신 저널리스트다. 현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연구원이며 글로벌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2013년 영국 시사잡지 프로스펙트가 세계 지도적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았다. 2014년 스위스 싱크탱크 GDI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글로벌 사상 지도자 100인’ 중 한 명으로도 꼽혔다. 미국의 국제외교잡지 포린 폴리시의 편집장을 14년간(1996~2010) 지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때 지배적이었던 거대 권력층과 여기에 도전하는 새로운 ‘작은’ 권력들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오늘날 모든 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북방에서 남방으로, 대통령궁에서 대중이 모이는 광장으로, 한때 난공불락 같았던 거대 기업에서 보잘 것 없는 신생기업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힘이 이동하고 있다. 속도는 완만하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사업과, 종교, 교육, 심지어 가족, 전쟁과 평화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서 지각 변동이 진행 중이다.

1977년 89개국이 독재하에 있었지만 오늘날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산다. 2005~10년 사이 최상위 헤지펀드 10곳이 세계 6대 은행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저자는 이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존 제도권에 대한 미시 권력의 공세가 어떻게 독재자들을 무너뜨리고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기회를 여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공세는 동시에 혼란과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힘은 이동하고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부패하고 있다. 오늘날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르고, 그것을 잃을 위험이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높다. CEO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제약이 많고 임기도 짧아졌다. 현대 전쟁의 도구들도 값이 싸지고 접근이 쉬워져서 헤즈볼라 같은 집단도 드론을 사서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요컨데 이 책은 모든 분야에서 공고해 보이던 권력들이 오늘날 어떻게 불가피하게 종말을 맞게 되는지,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꿔놓는지 보여준다.